독재, 가난, 가부장제, 남녀차별, 혐오와 폭력 등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꿋꿋이 긍정적인 어른이 되고야 마는 MtF 트랜스젠더의 성장기.
아마도 ‘트랜스젠더’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서사에 익숙한 독자라면 상상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이야기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 책만의 특별한, 정말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대단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말도 할 수 없다.
물론 이 책의 장점은 수두룩하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고 쉽게 쓰였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고 사랑스럽다. (이런 사람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문장 한 문장, 소중하지 않은 문장이 없는 소설 전체를 구성하는 짧은 각각의 챕터들은 ‘깔맞춤’한 소제목을 내세우고 있어 목차만으로도 한 아이의 슬프고도 용감한 삶을 일목요연하게 유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재미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개성으로 무장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좋은 읽을거리. 힘을 빼고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처럼 작가의 목소리도 무척 편안하다.
이 책이 주는 무한대의 용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나이와 직업, 성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남길 것이다.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데 이런 점이야 말로 모든 종류의 이야기, 나아가 ‘번역 문학’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 아닐까.
때때로 우린 숨고 속이고 덮고 외면하고 산다. 그것이 ‘진짜 나’가 아닌 가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길든, 그 조건이 어떻든, 우리의 삶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나 역시 크게 공감하며, 그것이 절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의지.
❝우리도 자부심을 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거, 불행은 저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것일 뿐, 우리가 마녀의 표식이 새겨진 채 태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니까요. (268쪽)❞
성소수자를 다룬 이야기들이 대부분 우중충하고 비극적인 서사로 일관되기 쉬운 게 그들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한없이 가벼운 코믹한 캐릭터, 사랑에 울고 죽는 이야기, 신파적인 결말 등이 퀴어 서사의 공식이라면,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타인을 사랑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