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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사생아
  • 이디스 올리비어
  • 13,050원 (10%720)
  • 2024-12-02
  • : 370

직업도, 남편도 아이도, 가까운 친척도 없는 ‘애거사’. 엄마가 죽자 완벽하게 혼자가 된다. 집안에 자신을 돌봐줄 하인들이 있지만 애거사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애거사는 어릴 적 ‘상상 친구’였던 ‘클러리사’를 소환한다. 이미 서른이 훌쩍 넘은 자신과는 달리 클러리사는 어렸던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에서 단 한 살도 더 들지 않은 모습이다.

애거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클러리사는 어느새 주변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에 서서히 압도되는, 극도로 내향적이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물은 주로 사이코스릴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드라마에 어울릴 것 같다. 그러나 초현실적이고 SF적인 설정으로 포문을 여는 이 작품은 상상 속 인물이 육체성을 부여받고 실재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의 드라마로 전개된다.

 

클러리사는 주변에 애거사의 ‘사생아’로 소개된다. 집안의 하인들은 애거사 아가씨가 임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을 알지만 그 의문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고귀한 숙녀의 행실에 의문을 품는 건 아랫사람들에게 허용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클러리사는 애거사의 딸로 받아들여지고 사교를 통해 친구들을 만들고 사회성을 경험한다.

 

클러리사의 삶이 외부에 노출되고 그 영향을 받자 애거사가 보이는 반응이 전체 작품의 주된 이야기다. 그런데 애거사가 보이는 반응의 양상이 좀 복합적이다.

자신이 제대로 겪어 본 적 없는 ‘사회’를 경험하는 클러리사를 애거사는 질투한다. 젊고 친절한 남자가 클러리사에게 관심을 보일 때 애거사는 엄마의 신분으로 할 만한 걱정을 넘어서 집안에 가두려 한다. 클러리사를 대하는 애거사의 태도엔 적대 관계와 같은 여자로서의 연대, 보호자로서의 본능 같은 것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얽혀 있다. 클러리사는 어느새 애거사에게 딸인 동시에 같은 여자, 한 사람의 다른 인간이 된다.

 

이어지는 결말은 안타깝다. 비참한 결과는 아니지만 아니길 바랐던 결말이 뒤따른다.

클러리사는 다시 애거사의 상상에 갇힌다. 귀환보다 ‘귀속’에 가깝다. 애거사는 클러리사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전처럼은 아니다. 애거사는 클러리사를 다시 ‘소유’하게 되는데,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유이다.

 

이야기 속 애거사는 권력지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소위 이기적이고 범죄인에 가까운 성향이 엿보인다.

엄마의 죽음 이후, 애거사는 집안 하인들의 존재를 무시한다. 그리고 클러리사를 소유하고 독점하려 한다. 외부인들의 접근을 막고 싶어 한다. 그 이면엔 클러리사에 대한 시기심이 읽히는데, 클러리사의 사라짐은 애거사가 없앤 것으로도 보인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을 때 차라리 내 손으로 없애고 싶은 마음은 차라리 범죄 심리에 가깝다.

 

사족.

 

사실 1;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결혼 전 이름이 ‘Agatha Mary Clarissa Miller)’이다.

이디스 올리비에의 이 작품이 27년 발표됐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소설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가 1920년에 발표됐다.

 

사실 2;

애거사 크리스티는 ‘메리 웨스트마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모녀 사이의 갈등을 그린 ≪딸은 딸이다(a daughter’s a daughter, 1952년 作)≫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두 소설의 테마는 꽤 비슷하다.

 

우연치고는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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