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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 12,600원 (10%700)
  • 2018-11-25
  • : 1,208

나 자신이 그다지 보수적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고, 스스로도 사랑에 개방적인 터라 어떤 연애 도, 그것이 제 아무리 파격적이라고 해도 긍정하고 인정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유독 반감이 드는 형태가 있는데, 그건 바로 ‘불륜’, 혼외의 사랑이다.

 

이 짧은 소설은 ‘재훈’과 유부녀 ‘매기’의 사랑을 그린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연인이었지만 그 사랑은 콜라 김 빠지듯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한참 후에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매기는 여자의 본명이 아니다. 재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본명은 숨겨지지만 정체까지 미궁인 건 아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직 독신인 재훈과 어엿한 남편을 둔 매기의 사랑 역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재훈은 이야기 초반에 둘의 관계가 ‘무해하다’고 선을 긋는다. 무해하다고? 정말로 그럴까.

 

좀 더 나가보자. 두 사람의 문제는 사랑을 하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가장 선두에 있는 문제는 두 사람에게 서로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가이다.

사랑할 자격이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할 수도 있겠으나, 매기에게는 엄연히 남편이 있다. 작가는 작품 내내 매기의 남편을 소외시킨다. 나오기는커녕 언급도 별로 없다. 맨 마지막에 가서야 잠깐 모습을 보이는데 큰 의미가 있는 등장은 아니다.

소설 속 당사자인 두 사람은 물론이고 작가 역시 그것이 ‘폭력’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을 외면한다. 피를 흘리는 피해자가 있는데 그저 이대로 괜찮은 건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라면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은 정말 사랑한 걸까.

 

비겁하고 기만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작가의 매혹적인 문장들에도 섣불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재훈은 자신들의 관계와 감정을 내내 미화하고 합리화 한다. 재훈의 시점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외부의 시선이라면, 전혀 상관없는 화자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작품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그렇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쳐도,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결말은 필연적이다. 그런 끝 외에 어떤 끝이 있을 수 있겠는가. 어설픈 사랑은 막 나가지도 않고 불륜의 경계 안에 안전히 머문다. 실패는 이미 잠정되어 있다. 끝이 뻔한 이야기엔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은 설득하느라 바쁘다. 초반에 마음에 이미 철벽을 친 나 같은 독자는 마음의 빗장을 풀지 못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독자로서 고민하게 된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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