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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옐로페이스
  • R. F. 쿠앙
  • 16,200원 (10%900)
  • 2024-08-05
  • : 5,663
소위 작가, 이야기를 짓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주인공을 한 소설 중에 두 번째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대망의 1위는 ‘테디 웨인’의 ≪아파트먼트≫) 소설을 창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핍진하게 보여줬달까.

작가라는 직업군에 속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작품들은 대략 이렇다. 어렸을 때 문장가로서 싹수를 보였던 주인공이 작가가 되고 싶은데 돈도 안 되는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을 못 하니 생업을 버리지는 못하고 시간을 쪼개서 습작에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연애할 시간은 또 어디서 났는지 알콩달콩 연애 살짝 하다가 갑자기 ‘짠!’하고 작가 데뷔. 혹은 모든 걸 포기하고 귀향. 뭐 이런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이 소설, 뭔가 달랐다. 여타 다른 소설들에서 작가라는 직업이 최종 목표, 환상적인 미래, 꿈에 그리던 무엇으로 그려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플롯의 대부분이었다면, 이 소설엔 그 이후의 이야기들, 그 세계에 존재하는 함정들, 추악한 민낯들에 더욱 집중한다. 특히 ‘표절’이나 ‘타인의 사생활 훔치기’ 같은 일들은 우리 문학계에서도 실제 일어난 일이라 이 작품의 날 것 같은 생생함은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작가가 정말로 노린 이슈는 아마도 이것이었을 거다.
백인이 아시아인의 역사를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있는가.
재미있는 건 중국의 역사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백인 소설가가 나오는 소설(이 책)의 작가가 실제로 미국계 중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이성애자가 쓴 퀴어 이야기에 진심이 있을까. 남자 작가는 여성 서사를 쓸 자격이 있을까.
백인이나 흑인이 랩을 하는 건 어떤가. 백인이 아시아인을 연기하고, 흑인 인어공주가 스크린에서 활약하는 건? 그냥 문화적 다양한 접근, 정치적 올바름, 이런 단어들로 퉁칠 수 있을까.

작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주인공 ‘주니퍼’의 위기도 어영부영 봉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해결은 아니다. 열린 결말처럼 보이지만 결말은 그냥 찢어진 채 방치된다. 독자는 질문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 만의) 답을 내려야 한다.

유쾌하고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어딘지 음흉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노골적이지 않게 문제를 건드리면서 응급처치만 간신히 해놓은 상처의 핵을 건드린다. 아이러니와 문제의식으로 가득 찬 질문으로 독자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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