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열 번째 책
영꽃 2025/04/15 08:00
영꽃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헬로 뷰티풀
- 앤 나폴리타노
- 16,650원 (10%↓
920) - 2024-08-27
: 10,253
주인공으로 네 자매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작가가 의도를 했을지는 몰라도 ‘루이자 메이 알콧’의 ≪작은 아씨들≫의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게다가 이야기가 좀 뻔한 구석이 있다. ‘작은 아씨들’을 염두에 두고 읽자니 더 그렇다. 이 사람은 나중에 글을 쓰겠네, 하면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사람은 나중에 일찍 죽겠네, 하면 병에 걸린다. 넷 중에 한 명은 동성애자가 아닐까, 했더니 느닷없이 커밍아웃을 한다. 예쁘게 봐주려는 필터를 벗기면 아침드라마에나 어울릴 법한 막장 요소까지 보인다. 점입가경이다. 불륜에 가까운 사랑에 불치병이라니. 너무 뻔한 거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독자들마다 ‘개취’가 있으니, 이 작품의 뻔함과 결말의 신파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올해 들어, 여태까지 읽은 책 중 베스트에 속한다. 사랑스럽고 현실적인 인물에 이야기는 풍성하고 감정은 절절하고 재치 있는 대사에 빠른 전개, 그 뻔하디 뻔한 가족애와 형제애, 화해와 용서라는 주제까지. 뭐 하나 빠뜨릴 게 없다.
간극을 벌여놓고 찢어진 틈새로 피고름이 흐르는 소설도 좋지만, 이렇게 울퉁불퉁하긴 해도 상처가 아무는 걸 지켜보는 소설 또한 나름의 미덕이 있다.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에 갑옷을 두르게 하는 이야기도 거짓말이 뻔한데도 희망과 행복을 주는 이야기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익숙한 이야기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척, 애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뻔해서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작가가 보이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그런 장애를 정면돌파한다. 그래. 나 뻔한 이야기 쓸 거야. 남이사? 이런 뻔뻔함, 우직하게 나아가는 힘이 느껴진다. 그쯤 되면 독자로서도 이런 마음이 생긴다. 그래? 그러겠단 말이지? 어디 한 번 보겠어.
결과는?
익숙함과 뻔함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이다. 착하고 모범적인 인물이 나오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실수를 한다. 실수도 하고 오류도 하고 의도적인 악행도 저지른다. 문제는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 다루느냐,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이다. 작가는 인물들(주로 ‘줄리아’와 ‘실비’)을 통해 오류투성이, 실수투성이, 엉망진창에 가까운 실제의 우리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인물들을 보면서, 그 안에서 독자들이 자신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이야기에 진심이 있다고 여긴다. 허무맹랑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질지라도 인물들의 감정과 반응, 행동은 ‘그럴 성 싶어야’ 한다.
소설 작품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이런다고? 진심이야?’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난 ‘거짓’이라고 본다. 최소한 진심은 없다고.
사족.
주로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할 요소들이 많다고 하면, 너무 성차별적인 발언일까.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