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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모래 사나이
  • E.T.A. 호프만
  • 9,000원 (10%500)
  • 2020-05-08
  • : 629
이 책 앞에 읽은 ‘위수정’의 책, 어느 단편에서 잠깐 언급됐더랬다. (아! 나한테 있는 책이었지)
이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표제작인 <모래 사나이>고, 이 작품이 실린 번역본만 내가 알기로 7권이 넘는다. 작가의 단행본은 물론이고, 호러+환상 문학 선집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문학과지성사’ 판은 작가의 대표작 세 편이 실려 있고,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 135권으로 나온 ≪밤 풍경≫에는 원작에 실렸던 작품 8편이 모두 실려 있다. 혹시나 읽을 의향이 있다면 을유문화사 판을 권한다.

한참 후배인 ‘아서 메켄(Arthur Machen)’과 공통점이 많다. 낭만주의적인 작풍에 호러와 미스터리, 환상소설 등의 장르적인 색채가 강하다.
대략 골자를 추리자면 이렇다. 유한계급의 한량인 남주가 위험에 빠진 묘령의 여인과 우연히 마주치고 (밑도 끝도 없이) 사랑에 빠진다. 우리의 히어로는 그 여성을 구하려다가(도우려다가) 자신도 위험에 맞닥뜨린다. 그 와중에 어마무시한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다소 고리타분한 클리셰처럼 보이지만 작가와 독자 사이에 놓인 200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가 생생하다. 장황한 묘사와 오골오골함, 다소 과장된 비장함을 잘 넘긴다면 요즘의 (장르)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 가능하다.

<적막한 집>이 호러와 미스터리의 조합이라면, <장자상속>은 미스터리 성격이 강한 대서사시 같다. 중편 길이의 분량에 이런 장황함이라니. 작가의 일방적인 설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 다소 지루하다.

<모래 사나이>는 작가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의 원전이 된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의 왕>) 호러, 환상소설 선집에 빠지지 않는 작품이라, 여러 번 읽었음에도 이번의 감상은 다소 달랐다. 이야기의 자극적인 요소(공포 효과와 모호하고 열린 결말 등)를 제거하면 ‘트라우마’에 대한 고찰, 심리 소설을 지향했던 작가의 의도가 좀 더 부각된다.
읽을 때마다 최종적인 감상이 내려앉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 그런 것이 바로 200년의 세월을 살아남게 한 작품의 힘을 증명하는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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