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일곱 번째 책
영꽃 2025/01/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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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손
- 안드레스 바르바
- 15,030원 (10%↓830)
- 2024-09-05
- : 154
❝그것 말고는 달리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36쪽)❞
❝누군가는 인형이 소리치지 못하도록 그 입을 막아야 했다. 나였던가? 너였나? 누군가는 인형을 밀어야 했다. 우리가 모두 바닥에 넘어졌고 그 인형 위에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그 인형을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발길질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차분해지도록, 다른 어떤 인형도 그런 적 없을 만큼 차분해지도록, 너무 차분해서 우리가 숨을 돌리기까지 한참이 걸리도록.
인형아, 나는 여러 날을 울었어. 그리고 너를 그리워했어.
우리는 밤새도록 꼼짝않는 그 인형과 놀았다. (124쪽)❞
일곱 살의 ‘마리나’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들어간다. 그곳엔 다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 마리나는 이방인이다. 마리나와 아이들은 서로를 탐색하며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건 언제인지 기회를 엿본다.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리나와 아이들의 시점을 오간다. 마리나의 편에서는 3인칭 시점이, 아이들의 편에서는 1인칭이다. 1인칭의 아이들은 ‘나’가 아니라 ‘우리’다. 그들은 이미 그곳에 속해 있음으로 하나의 집단을 이룬다. 반면 마리나는 이방인이자 개인이다. 그곳에 속할지,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속하고 싶은가 하면 속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 역시 마리나를 받아들이는가 싶다가도 밀어낸다.
‘외집단(outer group)’과 ‘내집단(inner group)’ 사이의 권력, 한편으로는 인간 심리의 양가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 의미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소 다르다.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이들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다가도 밀어낸다. 사랑이라고 말을 하면서 폭력을 휘두른다. 호기심과 긍정적인 관심이 배타적인 폭력과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가. 작가는 그렇다고 말한다. 다소 모호하게 처리된 결말은 인간 심리의 양가성과 계급의 폭력을 섬뜩하게 드러낸다.
호기심은 가끔 폭력의 양상을 띤다. 아이들에게서 ‘순수한 악’의 요소들을 종종 발견한다. 인간의 잔인성, 폭력성은 종종 순수함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그 둘은 어쩌면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시적인 문장은 암시로 가득 차있다. 상징과 복선이 난무한다. 모호한 분위기, 무시되는 논리와 개연성, 생략과 비약이 심한 서사는 이야기의 환상성을 극대화 한다. 고개를 돌릴 정도의 끔찍함엔 일정량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이를 드러낸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 스페인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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