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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밤의 소리를 듣다
  • 우사미 마코토
  • 15,120원 (10%840)
  • 2023-03-27
  • : 363
❝무엇이든 팝니다. 삽니다.
각종 고민 상담 및 의뢰 환영.❞


허름한 외관에 이름이 ‘달나라’인 가게는 중고 물품을 사거나 팔면서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맡는 그런 곳이다. 그 장소를 배경으로 세 인물이 등장한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18세의 ‘류타’, 달나라의 숙식 종업원인 ‘다이고’, 그리고 그곳의 사장인 인색하고 괴팍하지만 어딘가 인간미 있는 노파 ‘다카에’. 류타와 다이고가 만나 친구가 된 하로노부 야간 고등학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이다.

연작 형식의 장편이다. 세 개의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존재하고, 그것들이 곧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이룬다. 이야기의 뼈대이자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은 바로 십여 년 전, 동네에서 발생했던 일가족 살인 사건. 당시 유일한 생존자였던, 가족의 어린 아들의 행방은 묘연하고 용의자는 자살했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지만 완전히 잊힌 건 아니다.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니.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경쾌하다. ‘코지 미스터리’의 색깔이 두드러진다. 류타와 다이고, 그리고 집안에 틀어박힌 류타를 야간 고등학교로 이끈 ‘유리코’의 이야기만 보면 십대들의 성장 드라마의 색채도 갖는다. 아웃사이더, 소위 ‘문제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그런 문제들을 생산하는 사회를 향해서는 날을 세우기도 한다. 사회적인 주제의식도 담겨 있어 독자들의 경험은 더욱 다양해진다.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보다 그것들을 구성하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더 빛난다. 아이디어들은 새롭고 추리는 과학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자연 구석구석에 숨겨진 크고 작은 비밀들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작품을 위한 자료 조사에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써야 하지만 그것만 쓴다면 금세 도태된다. 이야기를 쓰고 짓는 일에 엄청난 공부가 따른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아니다.

소소하지만 기발하고, 과학적이지만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을 거치며 차곡차곡 쌓아놓은 호감과 재미, 서스펜스는 뒤로 갈수록 약해진다. 가장 무게가 실린 사건의 해결은 다소 허무하다. 가장 공을 들어야 할 부분에서 작위성이 드러나고 우연이 개입되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시던 콜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김이 빠지고 밍밍해지며 단맛만 강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서글프고 아련한 정서, 곳곳의 유머와 쾌활함, 드라마틱함과 기괴함이 적절히 섞인 독특한 분위기는 작가 ‘온다 리쿠’를 연상하게 하는 장점이지만 뒷심이 빠지는 건 몹시 아쉽다. 작가의 다른 작품, ≪어리석은 자의 독≫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상이었던 걸 보면 작가의 고질병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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