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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쾌락독서
  • 문유석
  • 14,400원 (10%800)
  • 2018-12-12
  • : 7,886
전철로 이동할 때 거의 책을 읽는데,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펼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무지 반갑다. (앗! 동지다)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지만 그건 미친자 취급받기 쉬울 테니,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책 표지나 책등이라도 볼 수 있다면.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 책에 관한 책, 독서에 관한 책이라니. 게다가 쾌락으로서의 독서라니. 내가 딱 그런데, 하는 생각에 이 책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책 ‘덕후’로서의 저자의 자기 고백이다. 책에 관한 수다로 일관된 글. 더 정확하자면 저자가 읽은 책들에 관한 ‘썰’과 그것들에 상관된 저자 개인의 추억 등이 주를 이룬다.
정말로 에세이답다. 가벼운 톤에 읽기 쉬운 문장, 수다를 떠는가 싶으면 순간 정색을 하고 진중한 주제를 꺼낸다. 굉장히 사적인 부분을 빼면 공감하기도 쉽다. 저자와 비슷한 연배라면 과거를 회상하며 잠깐 추억에 잠기며 행복할 수도 있겠다.

저자의 독서 범위가 굉장히 넓다. 젊은 시절 공통적으로 강요받던 동서양의 고전, 다양한 장르의 현대소설, 무협지, 만화까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얼마나 했을까, 였다. 법대 준비하느라 고생이 상당했을 텐데 책 읽을 시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 보다, 하다가 워낙 머리가 좋았나 보다, 부럽다가 그래도 할 땐 열심히 했을 거야. 이런 생각이 두서없이 든다. 그러다가 읽다 보니, 의외로 미래의 판사에 어울리는 필독서, 고전, 섣불리 손 대기 어려운 책, 이런 것에 치중한 독서는 아니었구나, 참 다행스럽다는 위안도 들고. (그런데 내가 왜?)

작가는 유희로서의 독서를 강조한다. 책을 읽는 행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 주장하며 책을 읽는 중에 습득되는 정보나 지식 같은 것들은 그저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분위기가 살짝 달라지며, 앞에 살짝 언급한 독서의 ‘부산물’이 과연 어떤 것인지 저자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독서 행위의 사회적인 측면, 즉 책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아는 것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데, 독서 행위에 따르는 윤리, 판단력의 중요성, 개인적인 독서를 벗어난 사회적인 독서 등을 설파한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했듯이, 그런 것들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없이 ‘그냥’ 하는 행동은 하나같이 무의미한 걸까.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풀어야 하는 학창시절, ‘야자’ 시간에 선생님들 눈을 피해 참고서 안쪽에 소설책 펴고 읽는 건, 그야말로 ‘개꿀잼’. 책이 주는 재미 외에도 흥미로운 모험, 규율을 배반하는 행동이 주는 흥분은 중독적이었다. 하지만 여지없는 죄책감엔 속수무책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 책 읽을 시간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책을 읽기 위해 죄의식을 감수할 필요가 더 이상 없으니 그거 하나는 아주 좋다.

책을 놀이로서 대하자는 저자의 말에 지극히 동감한다. 독서 인구가 나날이 줄고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 놀이감으로 손에 책을 쥐어준다면, 책 읽기를 공부나 숙제가 아닌 놀이와 취미로 접근하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준다면, 미래엔 책에 관한 많은 것이 다르지 않을까.

사족.

1. 저자의 직업이 다양하다. 판사, 에세이저자, 드라마작가, 소설작가, 콘텐츠기획자, 기타 등등.

2. 저자를 처음 만난 건 바로 이 책(https://soulflower71.tistory.com/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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