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백다섯 번째 책
영꽃 2024/12/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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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17,820원 (10%↓
990) - 2023-08-25
: 216
‘세실리아’는 세 딸과 훌륭한 남편을 둔, 완벽한 아내이면서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다.
어느 날, 다락방에서 우연히, 수신인이 그녀인 남편의 손 편지를 발견하는데, ‘내가 죽은 후에 열어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남편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얼까. 그것도 자신이 죽은 후에라니. 호기심과 양심 사이에서 세실리아는 전전긍긍한다.
‘테스’는 남편, 사촌과 함께 안정적인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어느 날 사촌인 ‘펠리시티’와 사랑에 빠졌다는 남편의 고백을 듣고 ‘멘붕’이 온다. 더 심한 건 어릴 적 쌍둥이처럼 지냈던 펠리시티를 미워하지도 못한다는 사실. 테스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 친정으로 도망친다.
학교 비서인 ‘레이첼’은 삼십 여 년 전,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딸 ‘자니’의 죽음과 그 슬픔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면서, 당시 자니를 사랑했고 지금은 같은 학교의 체육선생인 ‘코너’를 의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나 남은 아들 내외까지 사랑하는 손자를 데리고 멀리 가려고 한다.
인물이 소개되고 평화롭고 여유 있는 서두를 지나면 세실리아가 남편의 편지를 (기어이) 읽어내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무관한 듯 보였던 세 여자의 삶이 하나로 얽히고 과거의 어떤 사건이 소환된다. 이야기는 세실리아의 딜레마를 핵으로, 과거 ‘자니’의 죽음과 그 주변으로 사랑과 배신, 범죄와 비밀, 이해와 관용, 복수와 정의, 결혼의 의미, 가족에 대한 의무 등으로 버무려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다채로움에 빠른 전개, 치밀한 복선, 인물들의 심리는 섬세하다. 클라이맥스 이후로는 정말로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운데’ 도발적인 결말 때문이다.
독자에 따라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일 수도 있다. 과연 이렇게까지? 진실의 대가가 너무 크다.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 게다가 그 파급력이라니. 영문도 모르고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무슨 죄로 그런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나.
하지만 엔딩까지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솔직히 다소 끔찍하긴 해도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겠다 싶었다. 엔딩의 도화선이 되는 사건이 극적으로 과장됐긴 해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인물들이 보이는 사고와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불만과 의심은 잠식된다.
인간은 과연 정의로울까. 우리의 죄악은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우리의 판단과 결정은 과연 옳을까. 우리가 바르다고 믿는 우리 마음은 정말로 바른가. 자신이 옳다는 판단은 지나친 자기 신뢰나 자기합리화의 결과물 아닐까. 혹시 어떤 암시에 휘둘린 나머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힌트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엇보다 과연 정의란 게 있을까. 조물주의 물레방아는 천천히 돌지만 모든 곡식을 곱게 빻는다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쳐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정의 구현’, ‘관용’ 같은 메시지를 작가가 의도했을지는 몰라도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어가는 것은 ‘복수’일 것이다. 물론 방향도 방법도 옳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그런데 그게 정말 실패일까? 그렇다고 성공으로 볼 수 없고. 결말의 이런 아이러니와 인물들의 딜레마는 엔딩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독자로서 확신하는 것은 단 하나다. 모두가 유죄.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질 영원한 불행과 암담한 미래. 그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사족.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추리소설’로 취급하고 있는데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미권 시장은 사정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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