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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꽃님의 서재
  • 나무좀
  • 라일라 마르티네스
  • 15,120원 (10%840)
  • 2024-09-06
  • : 482
할머니와 손녀가 교대로 화자로 나선다. 4대에 걸친 가족사가 펼쳐지는데 할머니는 주로 과거, 손녀는 현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푼다. 그들의 가족사를 주변으로 스페인의 근대사(프랑코 정부의 독재), 자본주의의 폭력, 핍박받는 여성의 삶, 계급, 가난과 억압 등의 이슈가 서사의 층위를 다양하게 한다. 200쪽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4대에 걸친 여자들의 삶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거슬러야 할 때, 반드시 대하소설이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두 여자가 사는 집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면서 비밀과 악의를 품은 또 하나의 중요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어둠의 그늘이 곳곳에 도사리고 정체 모를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출몰한다.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미래를 예지하는 할머니의 능력은 이야기에 꼭 필요하다. 소설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역시 폭력으로 맞서고 복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압도한다. 슬픔과 억울(抑鬱), 분노, 증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인물들을 지배한다. 인물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 나오는 울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단순히 남성들을 가해자로 만들 수도 있고 그런 남성들에게 권력을 쥐어주고 여성들을 소외시킨 거대 시스템에 화살을 돌릴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병폐인 가난과 그 대물림, 계급 차이에서 빚어지는 폭력, 독재와 폭정, 나라에 의한 폭력 등은 잘못된 정치에서 나오는 문제로 보이고 그것은 인간성을 피폐하게 만든다.

고딕 호러를 기반으로 환상소설, 여성서사, 사회고발소설 등의 특징들을 두루 아우른다. 자국인 스페인에서는 SF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SF 장르의 폭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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