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르고스는 100개의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감시하는 거인이다. 그때는 형체라도 있었지, 오늘날에는 김해 스마트 물류센터의 AI 아르고스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애써 자신이 그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걸 모른채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수상할 정도로 잠을 자지 않고 교대도 거부한 채 노동자들,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모두를 보고 있는 AI 아르고스. 사람을 감시하는 존재로서의 AI는 이제 제법 흔해진 소재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재밌다. 하고자 하는 말이 뚜렷해서 소재들을 조금 장치로 쓴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는 느꼈지만... 재미가 있어서 너그럽게 넘어가게 됐다.
김해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엔 자의로 잠을 자지 않는 선택을 받아들인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며 그들은 기뻐하고 서로를 축하해준다. 그러나 점차 그들은 잠을 자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로 변해간다. 주인공 '재일'은 모종의 사정으로 물류센터까지 밀려온 전직 의사다. 빚밖에 남지 않는 그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은 걱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빚더미에서 탈출시켜줄 귀한 샘플이며 그조차도 주인공 또한 잠을 자지 않게 되며 노동자들은 점차 숫자로만, 대상으로만 그에게 남는다. 한편으로 잠과 꿈과 감정을 잃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그 모든 것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수아'가 있다. 로봇을 이용해서 일을 한다곤 하지만 로봇에 먹힌 것에 가까워보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수아는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수리공이다. 수아는 로봇에 지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들려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잠을 느끼게끔, 피곤하다는 상태와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 소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지라 아주 많은 분량이 나오진 않지만 묵묵한 캐릭터라 좋았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수아, 그리고 수아와 그들을 이용해야 자신이 사는 주인공 '재일'의 생각과 행보가 꽤 재밌었다. 전공이 전공이라 그런지 AI는 감지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느끼는 것, 그로 인해 조금씩 파괴되어가는 인간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를 '잠'이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것 같아서 하루만에 쓱쓱 재밌게 잘 읽었다. 영상화하면 꽤괜일 것 같다고도 느낌… 그 물류센터 모습이 궁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