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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님의 서재
  • 버드 스트라이크
  • 구병모
  • 13,320원 (10%740)
  • 2019-03-15
  • : 5,01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의 눈가리고 책읽는당 활동에 당첨되어 구병모 작가의 <버드 스트라이크>를 먼저 읽고 이렇게 서평을 남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루와 비오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남들보다도 큰 사랑으로 인하여 태어났다. 루는 전 시행의 숨겨진 자녀라는 신분 때문에 그의 아들인 휴고와 시 청사의 사람들에게서 홀대받는 존재였지만 어떻게 보면 기존의 혼인 관계를 넘어선 강렬한 사랑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이렇게 써놨지만 바람 옹호는 절대 아니다). 비오는 익인이지만 익인처럼 생기지 않아 익인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지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간과 익인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큰 굴레를 뛰어넘어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는 존재들 또한 사랑의 감정으로 그들을 지킨 것이었다. 루의 어머니 아마라는 비록 자식에 대하여 잘 몰랐지만 곁에 두고 지키는 과정에서 딸을 사랑하게 되었고, 비오의 양아버지 다니오는 인간의 아이를 임신한 비오의 어머니 시와와 망설임 없이 결혼하고 비오를 자신의 자식으로 품었다. 이렇게 사랑과 천대의 경계에 놓여있던 루와 비오는 서로 만나 서로를 인정하게 되며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루와 비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시작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종결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는 오히려 사랑으로 인하여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하며 더욱 강해진 것은 물론이며,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비오는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성찰의 여행을, 루는 찾을 수 있다는 보장 없이 무작정 비오를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에도 그들 간에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사랑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떠날 수 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또한 <버드 스트라이크>에는 두 주인공뿐만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으로 성장해나간다. 루와 비오의 사랑을 목격한 후 비오를 찾는 시의 군인들에게 자진해서 잡혀간 동생 가하와 동정의 감정인지 아닌지 헷갈리면서도 약혼자 곁을 지키는 탄이 그렇다. 반면 그들과 완벽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는 마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이면, 비오의 인간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를 가지고 있던 마이는 약혼자 탄과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세상에 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비오가 사랑하는 아버지 다니오와 동생 가하를 해치고 만다. 그 후 감옥에 있는 마이를 만나러 탄이 면회를 왔을 때에도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채였다. 아직도 사랑을 모르기에 성장조차 할 수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웠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천천히 곱씹어보다 보니 책의 마지막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라는 루의 독백. 이 말이야말로 소설의 주제를 하나로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을 함으로써 한 뼘 더 성장하고, 계속 성장하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을 법한 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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