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kongmiso1의 서재
  • 아파트먼트
  • 테디 웨인
  • 13,500원 (10%750)
  • 2021-10-20
  • : 268




친구이자 같은 꿈을 싣고 가는 동료애로부터 순전히 호기심으로 '나'는 빌리를 응시한다.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은 '내'가 쓴 소설을 유일하게 인정해 준 빌리를 사람으로서 마음을 열고 좋아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를 내주고 집세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전제로부터 빌리를 향한 '나'의 마음이 수줍게 드러난다.

빌리는 우월하다. 나 자신보다 우월하다. 강한 남성성. 뭘 하지 않아도 여자들은 빌리를 탐내는 걸 '나'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특별한 강점이 없어 나 자신의 연약함을 활용한다거나 강한 척하는 허세로운 행동도 하지 못한다. 그런 식으로 이따금씩 멀게 느껴지는 빌리를 보며 '나'는 열등감을 느끼다가도 빌리와의 유일한 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인정한다. 그는 타고나기를 멋지다고.

작가는 배가 고프다. 그걸 알면서 우리는 꿈을 꾸고 지켜나가야 한다. 같이 사는 빌리와 달리 '나'는 산만하고 생각이 많아서 더 배가 고픈 듯하다.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내가 릴리를 보는 관점과 <데미안>에서 내가 데미안을 쳐다보며 느끼는 열등감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러한 감정은 매섭다. 나를 멀리 추락시키고 상대를 우선하는 것은 동경심, 더하여 질투심이 내재되어 있다.

우월감과 열등감이 갈라놓은 우리의 우정은 달고 쓰다.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미묘하게 붙어있는 우리들을 자처하여 갈라놓을 수밖에 없다.

혼자인 것보다 더 외롭게 느껴지는, 비슷하지만 좀 다른 빌리를 바라보며 나는 더 외로움을 느낀다.

아버지에게서 월세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 '나'는 벌써 스물넷이고, 여전히 이뤄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외롭고 아프다.

어쩌면 아파트 관리인의 자리에 놓여있는 '나'는 빌리에게 압력을 가할 수도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소심한 '나'는 모나게 구는 방법을 몰랐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스물넷의 청춘이 자신에게 놓인 현실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군더더기 없는 책!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