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대사를 좋아한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유홍준 교수의 고대사 이전의 우리나라의 신석기 시대부터의 유적지 순례를 다루었다. 2천년 전 시작된 삼국시대의 역사는 기록이 이를 증명하지만 기록보다도 땅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이들의 모든 이야기를 대체하기도 한다. 남아 있는 흔적이 적혀진 기록을 고증함이 발견되었다면, 이를 연구하는 이들의 희열은 여기서 발할 거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이 땅의 역사는 길다.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가 발견되며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유횽준 교수는 연천을 구석기 시대의 유적과 고구려의 남하 정책과 그 시절의 공격 수비의 본부가 되었던 성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문화 유적지의 보고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답사기이기 때문에 내가 가보지 않았던, 하지만 역사 공부를 하면서 한번씩 내 지식 회로를 스쳐갔던 곳들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탐험하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신석기, 철기 시대를 거치고 드디어 우리 나라에는 강력한 중앙집권국가, 삼국시대가 시작된다.
고구려... 드높은 기상과 용맹을 떨친 우리 나라 북방의 나라이지만 동북공정으로 중국의 공격을 받는 점, 그리고 그 안타까움이 답사기 기저에 깔려있다. 그럴수록 더욱 우리는 고구려 역사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욱 많이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고구려의 흔적을 찾기는 조금 어렵다. 아무래도 고구려의 시작이 만주 지역 환인과 그 이후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고구려를 가장 많이 다룬 박물관은 한성백제박물관이라고 생각된다. 학술 세미나를 하고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해서 고구려의 산성에 대해 다루었던 박물관대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오녀산성과 졸본, 환도산성과 국내성..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 관에가면 오녀산성이 큰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절벽과도 같은 곳에 산성을 짓고 그곳에 최초의 나라를 세웠다. 얼마나 주변 공격을 많이 받았으면, 또 그런 절벽과도 같은 곳이 무섭지 않았으면.. 하안타까움과 고구려인의 용맹함이 함께 느껴졌다.
그의 답사는 산성 외에도 집안 지역의 적석총 고분군, 광개토대왕비, 고분벽화 등 내가 고구려에 대해 공부했던 고구려의 흔적들로 이어진다.
나는 고대사를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평소 생각한다. 기록은 풍부하지는 않지만 남아있는 주춧돌, 성의 흔적들, 그림으로 그린 그들의 생활상을 통해 그들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상상하고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명확하게 남겨 있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데 확실함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상상의 여지를 두는 것,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 이게 고대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박물관 순례,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이런 나의 마음으로 공부하는 고대사를 더욱 충족이 시킨다. 학창 시절 책장에 보관되어 있던 사회과 부도. 잘 찾아 보지는 않지만 지리나 역사의 지형이 궁금할 때 한번씩 꺼내보던 사회과 부도처럼 이 시리즈 역시 집집마다 보급되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