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받아 읽게 된 책, 8월의 태양.
이렇게 서사가 강한 국문 소설책은 참 오랜만에 읽었다.
강주와 북항이라는 가상의 동해안을 배경으로 18살 동찬의 질풍노도와도 같은
청춘 시기와 이를 극복한 성장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마침 바닷가로 휴가를 가게 되어 휴가 기간에 태양을 내리쬐며 읽게 되었다.
동해 마을을 배경으로 한 18살에 겪을 동찬의 번민과 우여곡절을 바닷가에서 읽게 되니 좀더 소설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청소년기는 아직은 무엇이든지 서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어 자아 내에서도 항상 부딪히며 갈등하는 시기다.
동찬은 그 나이에 집안 사정 상 큰 일까지 겪으며 크게 방황을 한다.
포경업을 크게 하는 외조부와 부모님과 함께 큰 저택에 살며 물질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던 동찬은 선주인 아버지가 뱃사람들과 함께 포경을 하려 뱃길에 나서다 배가 전복되는 불의의 사고로 실종되며 가세도 기울고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실종된 선원들의 가족이 동찬의 집을 찾아와
훼방을 놓는 것. 그런데 어느 한 남자가 훼방 놓는 사람들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고 동찬이와 어머니를 구해준다.
그 남자는 누구이길래.. 그리고 소위 일진이라고 하는 아이들도 그 남자가 동찬네와 함께 살면서부터 동찬을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는 포경업의 쇠락으로 마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자 북항의 많은 땅을 사들여 마을을 관광지구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
하지만 동찬에게 그는 전직 폭력배의 짱, 강태호일 뿐, 그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뱃고놀이의 선봉장에 서서 마치 북항을 구한 구세주처럼 마을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그가 동찬은 싫다.
그를 이기고 그와 맞서기 위하여 동찬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복싱 학원을 등록하여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킨다. 목표는 뱃고놀이에서 강태호를 무너뜨리는 것.
하지만 그는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너무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 이기기 위해서는 차가운 심장을 가져야 한다는 관장의 말.
동찬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것들로부터 오는 고뇌를 극복하는데 주변 친구들이 있다.
복싱 학원에서 만난 변태석, 라이더 최호, 모범생 오상윤 그리고 동찬이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는 작가 지망생 윤주.
다섯 청춘의 우정과 꿈,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 이야기가 윤주에게 일어난 큰 사건을 중심으로 다이나믹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윤주에게 몹쓸 짓을 한 류준열 패거리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하여 동찬과 친구들은 뭉친다. 상윤은 동찬을 구하기 위하여
몸싸움이 일어난 클럽에 불을 지른 후 달아나 배를 타게 되는데 마침 그 배가 출발하고 망망대해를 떠돌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아버지 엄마 세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것 마저 기승전결이 강하다. )
이런 플롯은 최근에 읽은 영미문학 작품 중 The outsider 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역시 청소년기 방황하는 과정에서 패싸움에 얽히다 주인공이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도망치지만 일련의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사건이 해결되고 친구들과의 우정과 형제간 우애로 이를 극복, 주인공이 일탈에서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동양이나 서양이나 공통 분모인가 보다.
태풍과도 같던 그 여름이 지나갈 즈음, 동찬의 선생님이 건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개미에게 비친 세상은 그들의 반경, 강이 전부다. 더 높은 곳을 올라가야 더 큰 세상을 본다.
동찬에게 거친 세상은 그가 맛볼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동찬은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메세지인 것 같다.
그렇게 그들은 뜨거운 그해 여름을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들의 심리를 대리 체험 할 수 있었다.
내가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복싱을 배우는 심리나 바이크를 타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최호가 바이크를 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허한 마음을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면 바이크 소리가 채워준다고. 그래서 바이크를 탄다고.
나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
그때마다 일탈을 하고 싶지만, 아이 엄마라는 위치가 그렇게 놔두지를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청춘이기에 많은 것이 용서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동찬은 그해 여름을 겪은 후, 에필로그에서 사계절의 흐름을 이렇게 읽어내며 성인이 되어 있다.
친구들 모두 각자의 꿈에 한발짝 씩 가까이 가 있다.
오랜만에 읽은 기승전결 강한 소설.
뜨거운 청춘들의 질풍노도의 시간과 우정과 성장이야기가 읽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