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서 '내 마음대로 안돼요'라는 제목보다 '엄마 아빠가 1학년때'라는 자그마한 문구가 내 눈길을 더 끈다. <내 마음대로 안돼요>(이금이 글 서지현 그림)는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이금이 글 서지현 그림) 주인공 은채 부모의 오정아(엄마)와 강민호(아빠)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 네 편이 담겨 있다. 초등(국민)학교 동창이었던 정아와 민호가 훗날 부부가 된 것! ('아이러브스쿨'이 맺어주었나~*0*)
★ 친구가 아파요
-혜미가 복통으로 괴로워하자, 119구급대원이 꿈인 민호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119에 신고한다. 선생님들께 먼저 알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선 혼났지만 그래도 친구를 위한 훌륭한 행동을 했다고 칭찬받는다.
★ 내 마음대로 안 돼요
- 정아는 학교 앞에서 파는 햄스터를 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도저히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 선생님이랑 결혼할래
- 선생님을 좋아하는 민호는 엄마의 새 가방을 몰래 꺼내와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선물한다.
★ 미리 쓰는 일기
- 방학일기가 밀린 정아는 과거에 할머니 댁에 가서 즐거웠던 일들을 회상하며 미리 일기를 쓴다.
선생님께 알리기보다 119에 먼저 신고한 일, 엄마가방을 가져다 선생님께 선물하려고 하는 행동들은 어른이 보기엔 황당하기도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이다. 어른이 아니기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한 행동이다. 어떤 당혹스러운 일 앞에서도 그 의도와 과정을 헤아려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어졌다.'미리 쓰는 일기' 편에서 정아는 '과수원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은 일'과 '눈사람을 만들며 논 일'을 같은 방학일기에 모두 담는다. 정당하지 못한 잔꾀인데도, 내용의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는 천진난만함이 웃음을 자아낸다. 미리 쓰는 일기 속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일은 미래의 행복한 상상으로 확장된다. 지난 일보다 앞으로 펼쳐질 세계가 무궁무진한 어린이의 특권이 부럽도록 선명하다.한참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새삼 여덟살 시절로 돌아간다. 1~2학년 시절의 초등학교 생활은 단편적으로 몇가지 장면만 기억이 난다. 내가 입학했던 당시(1987년)만 해도 과밀학급이라(베이비붐 에코세대)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서 등교를 했다. 일렬로 담임선생님 뒤에 바짝 붙어서 골목을 내려갔던 기억이나 20분 거리를 혼자 등하교하며 본 동네풍경이 조각조각 떠오르고, 운동장에서 한 남자애가 벤치와 벤치 사이를 건너뛰며 노는 걸 따라했던 일(그때 생애 처음 '두근'거림을 느꼈던 것 같다!), 자꾸 학교까지 태워주겠다고 나를 따라오며 탑승을 권유하던 택시기사 아저씨와 어떤 여자승객도(당시에는 어린이유괴사건도 많았음) 생각난다. 책 속에서 정아가 학교 앞에서 햄스터를 사고 말았던 것처럼,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가 어느날 죽어 딱딱해져있어 소름끼쳤던 일, 어떤 병아리는 거의 닭까지 자랄만큼 옥상에서 키웠던 일(동화책을 보니 우리 아버지가 병아리에게 항생제를 먹였던 건가?!! 그 닭을 어떻게 했는지는 노코멘트)..
아이에게 이렇게 저렇게 질문하며 유익하게 읽어줘야지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나의 어린시절 풍경만 거듭 떠올리고 있다. 이 책은 그저 이 재미만으로도 각별해졌다. 안하려고 하는데 해버리고, 하려고 했는데 못하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구나 깨달으면서.
내 마음대로 안 돼요.
안 사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내 마음대로 안 돼요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