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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뇽마님의 서재
  •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 이금이
  • 9,000원 (10%500)
  • 2022-04-15
  • : 123

얼마전(4/14) 유치원 등원길에 아이가 여기서부터는(정문까지 50m는 족히 남긴 거리) 자기 혼자 가겠다고 나를 막아섰다. 단지 안이라도 도중에 잠깐 차도도 있고 혼자 보내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 슬금슬금 따라갔더니, 울며 화까지 내기에 별 수 없이 그쯤에서 배웅을 했다(유치원 창밖에서 몰래 들여다보니, 혼자 왔다고 자랑을 했는지 인솔선생님이 폭풍칭찬 중). 나는 새로운 시즌이 열렸음을 깨닫았다. '초등학생 형님될 시간이 성큼 왔구나..'


마침 '믿고읽는 아동문학가' 이금이 작가님의 1학년 대상 칭작동화책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학교나 학원에서 기대치만큼 관심과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본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설령 사실인지 확신이 없더라도, 서운하고 부끄럽고 작아지는 이상한 자신의 감정을 감싸안고자 뱉는 괜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러저러한 아이의 마음을 콕 집어 읽어주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은채가 학교선생님과 친구들 관계에서 오해를 풀며 한뼘 성장해 가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 은채는 오해했던 선생님이 은채를 의젓하게 여기고 참 좋아한다는 속마음을 듣게 된 후 무척 기쁘다.

★ 주운 사람이 임자

- 친구를 위한 마음으로 은채는 자기가 돈을 가져간 범인이라고 거짓자백을 했다가 다행히 일이 해결된다.

★ 새 친구가 생겼어

- 질투심 때문에 전학생 유주의 흉을 보며 심술을 부렸지만, 속상했을 유주에게 미안해진다.

★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던 민찬이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은채는 민찬이의 몫까지 조별준비물을 챙긴다.


'유치원 선생님이었다면 은채 말을 들어주었을텐데요(11p)' 이 문장에서 그만 웃음이 나왔다. 학교는 유치원과 다른데 어쩐다. 일곱살과 여덟살은 고작 한 살 차이인데, 초등학교에 갔다고 갑자기 훌쩍 의젓한 사람이 되어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혹스러울 아이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신나고 설렌 기분과 마찬가지로 긴장되고 불편한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이 조금 애잔하면서도 기특하다. 


은채는 거짓말도 하고, 시샘도 하고, 친구 흉을 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 헌데, '주운 사람이 임자'편에서 친구를 위해 거짓자백을 했던 은채의 상황은 솔직히 아찔했다. 만약 그 타이밍에 맞춰 돈을 주웠던 한서가 사실대로 고백하지 않았다면 그 뒷수습은 어찌했을 것인가! 어린이독자들끼리 은채의 행동에 대해 토론해볼 생각거리로 좋은 대목같다. 


일곱살 내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줬던 날은, 마침 아이가 체육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벌칙을 받고 한바탕 울어재낀 일이 있었다던 날이었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편에서 은채가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계속하는 대목을 읽어주던 중, 아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미워하는 게 아닌데~~~~"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렇게 보이지? 매사를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 그럼 어떤 실망과 좌절을 겪더라도 금새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진정한 초등학생 형아'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60p-


이금이 작가님은 개정판을 낼 때, 변화한 시대상이나 인식에 맞게 작품의 문장을 전면수정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동화책에서는 학부모상담을 위해 엄마가 아닌 아빠가 회사를 조퇴하고 참석한 대목이나, 식사시간에 아빠가 요리를 하는 삽화 등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양성평등(및 부모의 공동양육책임)을 익힐 수 있게 반영된 점이 참 좋았다. 나는 동화책의 이런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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