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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뇽마님의 서재
  •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
  • 추적단 불꽃
  • 15,300원 (10%850)
  • 2020-09-23
  • : 4,061

둥글님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긴 제목을 줄여, '우우우부'라고 부르는 걸 보았다. 나는 드디어 책을 배송받고 조심스럽게 펼쳐 몇 쪽 읽지도 못하고서는 깨달았다. 우우우으..부들부들.... 거려서 우우우부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한겨레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고, 국민일보 기사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그 지옥같은 곳을 모니터링 해오고, 피해자에게도 알려 도와준 이들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고 울컥스러웠다. 바로 N번방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 추적단 불꽃. 그들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책으로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이 사회에 주어진 책임과 과제를 결연히 발언한다. 저널리스트를 넘어 '아웃리처'로 나아간 그들의 용기는 어떤 기립박수로도 모자랄 것이다.


N번방 사건은, 여성, 아동청소년을 협박, 인권을 유린하고, 심지어 물리적으로 '감금'하여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판매)'하고, '구매(범죄방조&공조)'한 범죄다. 단순히 몇 명이서 저들끼리 사적인 채팅방에서 키득거리며 성적 농담을 주고 받은 게 아니라, 수.천.명.이. 실.시.간.으.로. 그 범죄현장을 매일같이 공유한 것이다. 나는 이 사건내막을 접했을 때, 친오빠에게 톡을 보내 '설마 텔레그램 하는 건 아니겠지?'고 물을 정도로 측근 남자들이 다 의심스럽고 걱정스러웠다. 길을 걸어다니는 멀쩡하게 생긴 남자를 봐도, '혹시 저 사람도?' 싶다. 그래서, 더 말할 것도 없이 추적단 불꽃이 겪었을 고통과 트라우마가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책 중간에는 취업 준비로 학업과 대외활동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이던 '불'과 '단'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페미니스트가 되어간 과정이 에세이로 담겨 있다.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으리라는 예상이 무참하게, 이제 20대인 그들이 여성으로서 겪어온 일상은 내가 알고 겪던 일들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고등학교 교사가 여학생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미친 지경인데, 뭘 기대하랴!!!)

​추적단 불꽃이 피운 불씨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심각성이 인지되고 있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참담하게도,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추적단 불꽃은 자신들의 성과와 공헌에 초첨이 맞춰지는 것이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뭐였어요?'라는 질문이 아닌, "'지금 피해자의 일상은 어떤지, 피해자 보호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필요한 입법은 무엇인지, 재판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187p)"와 같은 관심을 원한다. 성숙하고 현명한 그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추적단 불꽃을 비롯한 존경스러운 많은 활동가들이 목표로 하고, 나 역시 간절히 염원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 '문화' 해체(75p)다. '문화'라는 키워드는 굉장히 중요하고 핵심적이다. 처벌수위를 훨씬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방안보다 더 어렵긴 해도, 오히려 누구나 지금 당장 가장 해볼만한 노력이 아닐까?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거나 '피해자스러움'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선정적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일, "피해자의 삶을 피해 사실 하나로 재단하지 않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일(249p)", 나와 내 주변은 물론, 내 아이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주는 일, 성희롱 문화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용납하지 않는 일 등.

나는 지금도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마지막회에서 음흉한 미소로 비웃는 흥식의 대사가 몸서리쳐진다.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계속 나올꺼야.." 하지만, 이를 받아치는 용식의 대사에 여전히 눈물이 날 것 같다. "니들이 많을 것 같냐? 우리가 많을 것 같냐? 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라서 쭉정이지만 착한 놈은 끝없이 백업돼. 떼샷이라고."

추적단 불꽃의 진심은 순수하고 단순했다. 지극히 인간다웠던 것. 미안하고, 감사하고, 지지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보낸다.

우리가 당장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34p 중-






* 해당도서를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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