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사실 마음이 쿵 내려 앉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형은 언젠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었고, 언젠가 비안은 지형에게 있어서 지워진 여자가 되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나 다름없기에.
그래서 처음에는 끝을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이유로 놓지 못했던 비안이 아팠고, 그다음에는 사랑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약혼을 깨지 못했던 지형이 미웠다. 차라리 둘의 마음이 외면되고 둘의 마음이 만나지 않는 게 어쩌면 다행이지는 않을까, 하고 멋대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둘은 그저 한낱 지나가는 애인이 아니라, 언제 다시 만나도 마음이 아플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사랑의 깊이도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어쩌면 훨씬 더 견고했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마음은 연민이었으리라. 처음부터 사랑 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모든 마음을 덜어낸 후에야 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지 못한 게 아니라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아닌 게 아니라 아닐 수가 없었던 것. 둘의 마음이 사랑으로 밖에는 표현되지 않았기에, 사랑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된 것일 뿐. 부정해도 결국에는 사랑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그렇게 그 둘을 이해하는 순간, 둘의 사랑이 참 예쁘고 애달프고 차갑고 시원했다.
여자 주인공 비안의 사랑도, 남자 주인공 지형의 사랑도, 지형의 약혼녀 민하의 사랑도, 민하의 오빠 한성의 사랑도. 그냥 전부 아프고 따갑고 예쁘고 불쌍했다. 사람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물질적인 사랑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에는 돌을 던져 볼 수도 있는 작품이 아닐까. 끝 없는 사랑, 특히 무조건적인 사랑.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도저히 놓을 수는 없는. 그런 사랑.
사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연인이라고 밝힐 수 없는 지형의 마음도, 비안의 마음도 모조리 깨우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만약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에게 연인이 있고, 약혼녀가 있고, 배우자가 있다면? 그 찢어지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단면적인 것이라서 정확하게 이해했다고는 밝힐 수 없다.
이 소설은 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그런 생각을.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상상해보니 참 아프겠다 싶은 그런 마음을. 언젠가 나에게 비안과 같은 상황이, 지형과 같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난 과연 내 마음 닿는 대로만 내가 하고 싶은 생각만 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요”다.
아직 N 포털 사이트 웹소설에는 마이너 카운트다운이 완결까지 올라오지 않아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이 소설의 끝은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불안한 엔딩은 다행하게도 피해 간 듯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적이지만 어쩌면 가장 판타지 같은, 힘들지만 가장 행복한, 그런 소설 같아 마음이 아팠다가 좋았다가 두근댄다.
백 화가 넘는 소설을 이렇게 기다리면서 읽는 게 또 오랜만이라. 더불어 처음에 약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푹 빠져있는지라 마지막 화가 너무도 기다려진다. 예컨대, 백이면 백 모두 선호할 만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을 소설이다. N 포털 사이트 네이버 웹소설에서는 10월 28일까지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