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혬아님의 서재
  • 강릉 가는 옛 길
  • 이순원
  • 8,100원 (10%450)
  • 2002-11-15
  • : 2,121

교사의 자격

-⌜강릉 가는 옛길⌟을 읽고-

 

  처음에 책제목을 봤을 때는 책이 당연히 정겨운 시골의 풍경을 담은 글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내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책은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인 관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나는 관모의 파렴치한 행동들을 읽기만 해도 은호와 수호 형제가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새 학기가 되어 관모는 수호 형제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새로운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관모는 첫 날부터 4학년인 은호가 이해하기에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 자신이 맡은 반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누구냐고 손을 들으라고 하는데, 이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사가 학생에게 저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은호가 관모를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당연했다. 이것 말고도 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반장 선거에서 석주를 위해 은호가 낙선하도록 유도한다. 또, 수호의 글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은호에게 돌아가야 할 성적우수상을 주지 않으려고도 한다. 관모의 차별과 무시는 어린나이의 수호와 은호가 감당하기엔 벅찬 감정이었을 것이다. 수호가 기껏해야 6학년 이지만, 또래에 비해 속이 깊은 편인데도 관모 앞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으니 말이다.

 

  관모는 객관적으로 좋은 선생님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단정을 하게 된 것은, 일명 장작부대 아이들이 장작을 가져오는 것과 관련한 사건 때문이다. 관모는 장작을 반으로 나누어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수호 형제에게 서로 뺨을 때리라는 벌을 준다. 끝까지 버티던 둘은 관모의 부추김에 은호가 먼저 형을 때리지만, 끝내 수호는 은호를 때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 관모는 자기자식보다도 훨씬 어린아이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사람 같았다.

 

 

  동시에, 관모와 같은 선생님은 절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은 보듬어주고, 잘하는 부분은 더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기본이다. 관모는 이와 반대로 아이들의 가난을 들추려 한다. 아이의 우수한 글쓰기 능력과 성적 등을 발전시켜주기는 커녕, 아이들의 잠재력을 더 억누른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관모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는 있지만 교사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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