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9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나 가족과 헤어지는 법을 배운다. (...) 우리는 끊임없이 가까운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서 그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고, 머잖아 그로부터 소식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인간 경험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작별을 구하는 법은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물건과 작별이야만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친구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극성스럽게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꽤 많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 물건들을 이 장소에서 저장소로 옮긴다. (...)그런 물건들에 계속해서 추억이 쌓여 점점 더 중요성을 띠게 되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정성껏 간수해온 이런 물건들이 친구나 동반자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여동생의 가위를 호주머니에 넣은 다음 남아 있는 가문의 가보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고 나서 그것들을 자신의 아픈 마음에서 영원히 지워버렸다.-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