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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김경훈
  • 15,300원 (10%850)
  • 2022-10-21
  • : 668
사진에는 촬영하는 사람과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진작가와 보는 사람 사이 상호관계가 존재한다. 보여주고자 하는대로 보는 사람도 있고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가지 실험을 했다.
사진가 6명에게 덩치가 큰 백인 남성 마이클에 대한 각기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게 했다.

백만장자, 전과자, 심령술사, 알코올 중독자, 인명구조원, 어부

결과는 어땠을까?
백만장자 마이클은 미국 경제 전문지 표지에서 봄직한 야망에 가득한 자신만만한 얼굴.
심령술사 마이클은 마음을 읽어내려 듯 강한 시선.
알코올 중독자 마이클은 매우 불안한 모습.
인명구조원 마이클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답게 선한 웃음.
어부 마이클은 안분지족의 미소.
전과자 마이클은 불만 가득한 모습.

모델인 마이클조차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른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실험은 타인에 대한 편견이 우리를 얼마나 편협하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생각한다. 편견과 편향때문이다.

사진가가 의도할 수 있다. 같은 사진을 찍어도 왜곡해서 보여주면 보는 사람은 보이는대로 해석한다.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보기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석하기에 다르게 받아들인다.

3년동안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을 기록하고 알린다. 때로 인터뷰를 하고 책 소개를 하기도 한다.
한 번은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인터뷰이가 온라인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인터뷰 기사에 등장한 사람이 기사를 보면 상처받을까 걱정이라면서 삭제해달라고 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읽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왜곡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기사는 반드시 팩트체크, 확인에 또 확인,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것이다.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는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김경훈의 첫 인문 에세이다. 작가는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마리아 메자 가족 사진으로 2019년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 수상 사진 링크
https://www.instagram.com/p/BqsK4H9ljhQ/?igshid=YmRhOGE0MWQ=


마리아 메자 가족은 다섯아이를 데리고 캐러번이라는 힘든 길에 나섰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사진은 난민의 실상을 고발한다. 생사를 가르는 순간을 보여주기위해 기자도 위험천만한 현장속으로 들어간다. 생존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결국 죽음앞에 내던져진 생명은 우리에게도 고통을 안겨준다. 우리는 단지 퓰리처상 수상작으로만 소비해서는 안되는 사진이다. 사진을 통해 기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볼 수 있어야한다.

기자는 대학시절 세계적인 특종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은 멕시코와 미국 국경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여전히 난민은 존재하고 총격은 이어진다. 문제의 원인은 미국 이민정책이 아니라 중남미의 가난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사진의 힘은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아닌 그 사진 속에 담긴 사회가 만들어주고 부여해 주는 사회적인 동의이자 권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간절히 원하고 있을 때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 한 장이 갖는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경험한다. 혁명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고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진은 글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특종 사진을 찍기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기자에게 인생 사진은 세상을 바꾸는 힘은 없어도 사진 속 주인공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

기자는 사진으로 인생을 말한다.
이 책의 부제는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관점도 몇가지 바뀌었다.
사진비평가 수전 손택은 사진 찍는 행위를 사냥에 비유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라고 한다. 모두가 손에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다닌다. 어디서나 들이대는 습관이 있다. 때로는 불쾌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사냥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싶다. 무심결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습관이 총을 든 사냥꾼과도 같다. 특종에 목말라 피사체로만 보이고 상황이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21세기에도 괴벨스의 그림자가 있다. 가짜뉴스로 유대인 학살에 앞장 섰던 나치선동가 괴벨스가 죽은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여전히 괴벨스의 그림자는 살아있다. 보고싶은 것만 보지말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한다.

여행의 필수품은 카메라다. 어디서나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욕심에 셔터를 눌러댄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데 눈이 그림처럼 온다.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단체 톡방에 사진을 올려 공유한다. 그리곤 다시 책을 읽는다. 내 기억 속에서는 사라져도 내년 오늘이 되면 사진저장앱이 오늘을 기억해줄 것이다. 그렇게 저장된 사진을 잘 찾아보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사진만 찍어댄다. 기자는 여행갈 때 카메라 없이 떠나기도 한다. 오롯이 여행만을 즐기기 위해서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남는 건 사진이야" 빨리 아름다운 풍경을 찍고 감상을 다음으로 미룬다. 아....
이제부터는 관점을 바꿔보자. 온전히 여행을 즐겨보자.

"무엇보다 삶 전체가 사진에만 집중되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언제나 사진과 일만 생각하며 그와 관련된 작은 프레임 안에 나를 가두기보다는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재충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마음 속에 남은 풍경은 평면적이지 않다. 함께한 사람과 그 날의 분위기, 감정은 사진속에 남아있지 않다.

사진을 외장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지말고 마음 속 하드드라이브에 저장하자.

눈이 오는 풍경을 한 참 생각한다. 길이 미끄러워 천천히 움직이는 차를 보며 집에 갈 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얗게 변해가는 먼 산을 바라보며 나무와 눈이 만들어낸 그림을 그린 산수화를 떠올린다. 이 시간의 이 감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을 여러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진가로, 기자로도 닮고 싶은 점이 있어서다.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를 공감과 창의성이라고 꼽았다.

"훌륭한 사진가는 세가지를 갖춰야한다.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면 따뜻한 마음
멋진 프레임을 구성 할 수 있는 안목
지금 무엇을 사진에 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머리
그런데 많은 사진가들이 첫째와 둘째 요소는 가졌어도 셋째 요소는 갖지 못한다."

공감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공감을 부르짖지만 공감에도 장벽이 있다. 그들끼리만 연대하고 공감하는 시대다. 그 역할의 중심에 언론이 있다. 조작된 사진으로 거짓말하지 않고 피사체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고 공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미국의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는 "모든 사람은 자기 경험의 포로다.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

아니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편견도 버릴 수 있다고.
공감도 힘이다. 힘은 길러야 가능해진다. 기자가 공감을 21세기 4차 혁명에서 살아남는 무기라고 했듯이 공감을 길러서 서로를 살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읽는 내내 따뜻한 글로 다가왔다. 인상도 참 좋았다. 내가 마을기자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자가 되고 싶다.

기자를 꿈꾸는 사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괴벨스의 그림자가 어린 기레기가 아닌 진정한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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