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white 2022/05/1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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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밤
- 미치오 슈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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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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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장편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 원제는 라이진 らいじん [雷神뇌신]이다. '뇌신'은 천둥을 일으킨다는 신이라고 한다(네이버일본어사전).
이 이야기 사건의 배경은 니카타현 하타가미마을에 있는 라이덴 신사다. 30년 전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도망쳐 나온 곳이다. 겨울이면 벼락이 치는 곳, 버섯이 많이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라이덴 신사(らいでん [雷電])에서는 번개의 신인 뇌신을 모시는데, 옛날부터 마을의 산업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받들어져 왔다. (49p)
신사에서는 미리 말려놓은 버섯으로 버섯국(버석국이라고도 한다)을 만드는데 축제당일 하타가미 사람들은 신사에 모여 버섯국을 먹으며 다음해의 풍작을 기원한다. 신울림제라고 하는 축제는 마을의 중요한 행사였다.
부모님은 '하나英'라는 하타가미에서 유일한 술집을 운영했다. '하나'는 어머니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미인이었고 남자손님들은 늘 어머니의 외모를 칭찬했다. 아버지 이름은 후지와라 미나토였다. 마을 사람들은 버석국 준비로 신사에 불려간다. 어머니도 신울림제 준비로 라이덴 신사에 불려갔다. 신울림제 전야제로 어머니는 늦게까지 오지 않았다.
전야제라고 해야 마을의 갑부 4명이 모여 술을 마시는 행사가 고작이다. 정유사업가 구로사와, 금속가공업 아라가키, 버섯농가 시노바야시, 나가토병원장 나가토 총 4명이다. 40대 전후의 혈기왕성한 나이의 남자들로 마을을 경제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라이덴 신사도 이들의 기부금으로 의존하고 있다.
술취한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해야하는 어머니가 가여웠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늦은시간 전화벨이 울렸다. 라이덴신사의 신관 다라베 요코의 전화였다. 어머니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황급히 신사로 달려갔고 어머니는 밤 늦게 산비탈 서늘한 강가에 맨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의식을 잃은 어머니는 나가토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어머니의 얼굴은 핏기가 없어 마치 종이로 접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김으로 흐려진 산소 마스크가 얼굴에 씌워져 있는 광경을, 지금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한다(60p).
어머니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어머니가 신사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도 맨발로 강가에 쓰러져 있던 이유도 알 수 없었다.(61p)
아버지는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 돌이 된 것처럼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61p)
아버지는 사람이 변한 것처럼 말수가 적어졌다. 나나 누나가 말을 걸어도 거의 대답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거기 뿌리 내린 나무처럼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62p)
누나는 어머니 대신 청소와 빨래를 했고 어머니의 생약지식을 모조리 공책에 베끼고 독학한 내용으로 나와 아버지가 아플 때 식물 씨앗이나 뿌리로 만든 생약재를 먹였다.(63p)
1년 후 어머니의 1주기 다음날인 신울림제 당일
마을 사람들은 버석국을 받기위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버석국을 먹지 않지만 아버지, 누나와 함께 버석국 받는 줄에 서 있었다. 하늘이 울린다.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갑부 4명이 좌식탁자에 둘러 앉아 있었다. 그들은 마을사람들보다 높은 곳에서 술을 마시고 버석국을 먹었다.
아버지와 누나는 버석국을 받았고 나는 받지 않았다. 아버지와 누나가 버석국을 먹는 사이에 하늘은 계속 으르렁거렸다. 아버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 농협직원 도미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 때 공기가 폭발했다.(68p) 굉음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 누나와 내가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누나는 의식불명 상태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벼락은 내게서 기억을 앗아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1년간의 기억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날 밤 늦게 응급환자 4명이 잇달아 벙원으로 실려왔다. 마을의 경제적 영향력을 미치는 갑부 4명이었다. 그 중 2명은 죽고 2명은 가까스로 살아났다. 버섯농가 주인 시노바야시와 금속사장 아라가키가 죽었다.
원인은 버석국이었다. 그들이 먹은 버석국은 마을사람들이 먹은 버석국과는 다른 국으로 뇌신에게 바치는 '라이덴국'이었다. 누군가 그 국에 맹독성인 흰알광대버섯을 넣었다고 한다. 범인은 종적이 묘연했고 라이덴 신사 신관인 다라베 요코가 자살했다.
다라베 요코는 자살하기 전 아버지를 찾아와 편지를 건네줬다. 그 편지는 아버지를 독버섯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신사 작업장에 숨어들어 라이덴국에 하얀 물체를 넣는 광경을 다라베 요코가 보았다고 한다. 경찰 조사를 받은 아버지는 밖에 나가지 않았고 내내 집에 있던 걸 아이들이 안다고 했지만 나는 기억을 잃어버렸고 누나는 벼락맞은 충격으로 깨어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결백을 입증해줄 누나가 의식을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누나가 깨어나 아버지가 집에 있었다는 증언을 하게된다.
누나는 오른쪽 청력을 잃고 몸에 무참한 흉터가 남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누나는 벼락을 맞기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는데 아버지와 일절 말을 나누지 않게 된 것이다.
누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집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라베 기에에게 전해들은 말을 한 것 뿐이었다. 누나는 사실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흐른다. 유미가 19살이 되고 기말시험 제출용 작품사진을 찍기위해 그들은 떠나왔던 나가타현 하타가미 마을로 향한다. 그곳을 가게 된 계기는 따로 있지만 다시 사건의 현장으로 향한 그들에게 또 한번의 벼락이 내리치고 같은 일을 당하게 되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기억이 되돌아온다.
31년동안 꼬여있던 실타래는 하나씩 풀려간다. 31년전 어머니가 죽게 된 이유, 아버지가 "난 틀리지 않았어"라고 말한 이유, 유미를 미끼로 협박한 사람의 정체, 누나의 기억이 돌아오고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동안 범인은 누구일까, 협박범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소설은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는 광고로 독자를 유혹힌다.
어쩌면 끝까지 읽고나면 속았다는 기분마저 들지 모른다. 아내를 죽인 딸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정도 되는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4살짜리 유미는 엉겅퀴 화분에 햇빛을 쐬게 해준다고 베란다에 놓았는데 떨어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차 위에 떨어지고 만다. 운전자의 실수로 지나가던 아내를 치게된다. 아내를 죽였다는 문장이 거슬린다.
번역가는 극찬을 했지만 끝까지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건 언제가 용서받지 못한 밤일까다. 30년 전일까. 지금일까. 아니면 31년 전 어머니가 죽던 밤일까.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스스로 "이 작품이 앞으로 내가 쓰는 작품들의 막강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며 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앞으로 나올 작품을 좀 더 읽어봐야 작가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새로나온 작품인 《수상한 중고상점》도 있는데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미치오 슈스케를 좋아하는 독자나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사람에게 1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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