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연대'를 향하여
byebybye 2020/10/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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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즈만이 희망이다
- 신영전
- 14,400원 (10%↓
800) - 2020-09-18
: 332
왜인지 자꾸만 '퓨즈란 무엇인가' 라고 제목을 잘못 외게 되는 책..! <퓨즈란 무엇인가>. 한양대 교수이자 의학자인 신영전의 다양한 칼럼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내게는 생소한 저자였지만 한겨레출판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카드뉴스를 보고 홀린듯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었다. 사회의 취약계층을 가장 끊어지기 쉬운 퓨즈에 비유하여, '가장 약한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총 8가지로 구성된 파트는 각각의 주제에 맞는 칼럼들을 분류하고 있지만, 최근의 글부터 멀게는 15년쯤 된 글들도 실려있다. '건강정치학'이라는 큰 물 안에서 저자는 (칼럼이 쓰인 당시의)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칼럼들을 읽다보면 내가 자세히 몰랐던 우리나라 공공의료 부문의 굵직한 흐름과 사건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장 '성찰' 파트와 4장 '건강' 파트이다. '성찰' 파트에는 비교적 최근 칼럼인 '없다' 시리즈가 수록되어 있다. 우월한 생은 없다, 희망은 없다, 건강은 없다, 자살은 없다 같은 제목의 칼럼들은 얼핏 보면 세상에 대한 회의주의를 담고 있는 말인가 싶지만 사실 세상의 비뚤어진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말들이다. "자살은 없다. 타살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40분마다 1명, 하루 38명, 한 해에 1만 4000명이 자살하는 나라"라는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건강' 파트에서는 주로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전에 읽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많이 생각났다. 질병의 요인은 다인적이라는 것, 특히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모두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김승섭 교수가 말한 바와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취약계층이 아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질병의 표면적인 요인만 제거하려는 안일함이 결국 취약계층이 겪는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건강정책들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
책으로 엮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니어서 그런지, 묶어놓은 글들의 흐름이나 구성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한 사람이 15년간 여기저기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엮는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울퉁불퉁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러나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이다.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 끊어지기 쉽고, 더 민감하고, 더 아플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가져야 한다는 것. 그게 국가의 책무이고 인간의 도리라는 것. 타인으로부터 동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개인은 아무도 없으므로,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한 사회가 되자는 것. 내가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잘 소화해가며 읽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건강정치학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는 다짐은 할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가 말하는 '아픔의 연대'를 나 역시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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