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과거로 넘어가는 내용이 나오는 창작물에서는 대부분 과거 사람들이 넘어온 현대인을 천재 취급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묘사가 과연 현실적일까요?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중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 줄 아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 망을 구축하거나 핸드폰을 만들거나 비행기를 띄우는 것 같은 작업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는 과거에 떨어져서 진짜로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지금까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필요했던 거의 모든 기술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독자가 타임머신 FC3000의 고장으로 인해 과거에 발이 묶였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얼마나 먼 과거에 떨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순서도가 나오고,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5가지 핵심 기술(음성 언어, 문자 언어, 숫자, 과학적 방법, 잉여 열량)도 나옵니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온갖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책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읽어보기 전에는 문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학기술이 들어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두껍고 복잡한 소위 말하는 ‘벽돌책’ 일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음을 잡고 읽어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느낌이 오네요. 설정도 재치있고, ‘죽기 싫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기초 영양소’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점도 좋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철학 같은 인문학과 예술도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어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떨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얻으려고 해도 좋은 책입니다.
여러분은 주위에 있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