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원시인으로부터 진화했다. 그런데 원시인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원시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볼루션 맨>은 원시인 가족이 진화하는 과정을 소설로 풀어내서 진화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소설이다.
서술자로 등장하는 원시 부족장의 아들 ‘어니스트’는 초기 인류가 처한 상황과 시대를 앞서가고자 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아버지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능력이 좋지 않았던 초기 인류는 사냥도 잘 성공시키지 못했고, 성공해서 음식을 구하더라도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그래서 어니스트의 아버지는 진화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다양한 시도를 한다. 불이 초원을 통째로 태워버린다던지 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부족의 생활수준은 점점 올라간다.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진화라는 개념 자체가 인류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에볼루션 맨>에서는 초기 인류가 진화라는 개념을 의식하면서 더 빠르게 진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여행을 즐긴다는 설정인 어니스트의 친척이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살았던 자바 원인들을 '진화가 덜 되었다' 라고 무시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인종차별하고도 엮일 수가 있는 부분이어서 일으면서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긴 진화과정을 빠르게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무리수를 둔 것 같기도 하고, 책이 60년대에 나왔다 보니 그 이후에 중요하게 떠오른 이슈들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도 든다.
인류 사회가 처음부터 가부장제 사회였던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는 점도 고증오류로 볼 수 있다. 원시 사회는 처음에는 가모장제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남자인 어니스트의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모든 여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오는 식으로 결혼이 이루어진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설정이 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이미 진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재미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