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경직된 감정, 절제된 표현,
충격적 경험, 탓하지 않는 기질 등,
일관성 있게 흘러간 이런 주인공만의 정서는
소설 속 큰 주제들이 된다.
여주인공 '윤설'의 인생이
탄생부터 거의 죽음까지 등장하지만,
저자인 유튜버 '덕자'의 실제 인생스토리가
여기에 녹아있다고 보여지는 이야기들이 많기에
회고록 형식을 겸한 소설로 다가오는 부분들.
여자로써 공고 전기과를 나왔다는 이력은
윤설과 저자가 동일하고,
직장에서 힘들었던 덕자의 경험 또한
윤설의 직장스토리에 녹아있다.
노년까지 이어진 주인공 윤설의 삶이라
아직 젊은 덕자로서는 분명 가공된 이야기지만,
허구처럼 보여도 필연적으로 논픽션적 요소가
많을 수 밖에 없던 구조는 맞다.
소설 속 큰 줄거리는 이렇다.
첫직장에서 겪게된 인간관계 속 버거움,
변호사 김우진에 대한 고마움과 숨겨진 진실,
알바동료로 만나 남친이 된 기영과의 기억,
주인없는 강아지 우주와의 만남,
공장동료로 만나 배우자처럼 맺어진 '친구'.
스토리로 풀자면 매우 단순한 이야기면서
보통 사람들도 겪을만한 일들 같지만,
몇명 안되는 사람들과의 인연만으로도
인생이 꼬이는 슬픈 스토리가 짜여지는건
윤설이 넘어설 수 없던 인간관계 속
능력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고백과도 같았다.
다가가거나 잡고 싶지만 그리할 수 없던 수줍음은
일종의 포기이자 바꿀 수 없는 기질같았다.
감정없이 깼다 잠들다를 반복하는 듯
살아낸 윤설의 비몽사몽처럼 보이는 삶은,
선잠이란 뜻의 '그루잠'이란 단어가 됐고.
사실을 알지 못한채 흘러가 버린 관계들도
'영혼의 세계'를 끼워 묘사함으로써,
몰랐거나 미진한 부분한 모든 것들이이
영혼의 세계 안에서 진상이 드러낸 채 존재한다.
단순 검색만으로도 파악가능한 일들로써.
지척에서 응원해주던 남친 기영은
윤설의 돈을 빼돌리고 잠적했고
그걸 채무로 떠안은 윤설은 힘겹지만 살아낸다.
자신을 도와준 줄 알았던 변호사 김우진도
실제로는 가해자와 뒤로 거래해 피해를 입혔고
윤설을 기만하며 본모습은 선량한 듯 숨겼었다.
보상금마저 상당부분 착복했던 사실도 드러나고.
신이 인간의 숨긴 이력도 찾아내듯
많은게 검색가능한 영혼세계란 설정은,
실제 윤설이 속은 부분들처럼
덕자 본인에게도 그런게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설정인 동시에,
현실속 무력함을 소설 속 상상으로나마
토로해 본게 아니었다도 싶다.
가장 결정적으로 몽환적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뒤집는 건,
마지막에 첨부된 주인공의 정신과 기록.
한페이지 밖에 안되는 기록 안에는,
현실과 구분 안되는 몽환적 현실의 이유를 찾고
몽상을 걷어낸 현실을 보여준다.
실은 외상이 됐었을 많은 상황들을
가상공간에서 '재구성' 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스스로 '정서적 안정'을 꾀한 것이란 정신분석적 해석은
한순간에 독자를 현실로 끌어당겨 앉힌다.
이마저도 가상스토리의 조각으로
읽고 넘어가야 될 부분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인 덕자 본인의 경험이
소설창작에 사용됨으로써,
윤설의 감정을 대리차용해
일부 억눌린 감정분출을 가능하게 했을 수도 있겠고.
굳이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며
등장한 이야기들을 대하기 보단,
현실쪽에 더 무게감을 싣고 책장을 덮었다.
무덤덤한 윤설의 수많은 재스처들은
PTSD가 됐을 환경들과 인물들을
맞닿드리기 싫은 처세였을거란 상상도 해보게 되면서.
쉬어가는 역할의 음악기호들이 챕터마다 삽입돼 있다.
작지만 철학적으로 다가온 감각적 배치들이다.
단순한 창작물이라기 보단
자전적 이야기가 소설이란 외피를 썼다고 느껴져
더 공감하며 읽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