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외할아버지는
'유진'과 '세희'란 2개의 이름을 지어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셨다고 한다.
유진은 '굴곡 없이 편안하고 윤택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름이었고
세희는 '힘들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라'는 이름.
저자의 부모는 별로 주저하지 않고 '세희'를 골랐고
그때부터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틀은
정해져 있지 않았겠느냐란 말을 물어오는 저자.
저자의 직업은 재활의학과 의사로
야외달리기를 즐긴지는 20년차이며
세부전공은 뇌건강과 밀접하다.
결국, 유진이란 이름을 못 받아서
지금의 이름으로 항상 행복했던 건 아니겠지만,
선택하지 않은 이름의 삶이었다면 달랐을까
힘들 땐 그 다른 선택지의 이름도 떠올려 본다는 그녀.
이 뒤에 나오는 내용에 '꽃길만 걷자'는 의미와 연계시킨
컴포트 존 같은 인생과는
유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저자 스스로 런닝을 즐기는 걸 설명해 가는데는
세희란 이름이 더 맞을거란 사실을
저자도 생각하며 자신의 이름 에피소드를
실진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도 해본다.
저자가 느끼는 런닝의 재미는
밖에서 뛰는 달리기여야 한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물론 쉬는 날도 있긴 하지만.
런닝머신 보다는 오감을 자극 받고
자신이 외부 관찰자가 되어 달리는 그런 달리기,
계절마다의 특색있는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야외달리기를 즐기는 저자다.
저자의 개인적 취미로써
20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달리기가 줬던
생활 속 단상들을 정리해 보는 동시에,
뇌의 재활과 건강면에서
달리기란 운동이 줄 수 있는 장점들에 대해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러너들 사이에서 미드풋 논란이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한국러너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는 이게
외국에선 이미 10년도 지난
필요 없어진 논쟁거리였단 이야기에선,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화자가 결합돼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만든 일 같아
이 나름대로의 느낌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붐비는 대학병원 의사로써
계속 기다리는 대기환자들이 있음에도
설명이 필요한 운동법들을 설명해 줘야한다고 느낄 때,
보상 못받고 지나가는 그런 시간들의
총량보다 아깝고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너무 태연하게 가르쳐 준 운동을
안하고 오는 환자들이라는 저자.
의사로써만이 아닌 인간적인 허탈감이기도 하겠지만
반면에 70대나 80대임에도 해당연령의 뇌질환 환자들이
누구보다 규칙적이고 의욕적인 건강관리를 실천하는 걸 볼때면
그 연령대에 그런 흔치않은 사람들을 보며
놀라게 된다는 말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결국, 모두 건강건강 노래를 부르지만
공을 들이고 직접 해야하는 운동은 소수만이 실천하고
'나는 못하오'가 많다는 얘기이니까.
뇌손상 때문에 복싱의 펀치 드렁크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런닝이라는 운동의 안전성을
은연중에 강조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복싱 경기 그 자체를 논하기 보다는
외국 재활운동에서는 복싱을
혼자할 수 있는 시퀀스로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고 하니
꼭 런닝만이 아닌 이 방식이 필요한 누군가는
한번쯤 찾아서 해볼 가치가 있는 운동이겠다 싶다.
저자의 에세이로써 이 책을 읽으며
대부분 공감하면 될 이야기였지만
유독 런닝머신 이야기만은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런닝과 명상을 하고 있는 나.
명상은 하루 30분~1시간 30분 정도하고 7개월차에 접어들었고
런닝은 런닝머신으로 매번 1시간 5분 정도 뛰는게
일주일 정도 되어간다, 빠진 날은 아직 없고.
그동안 1년정도 스쿼트를 한게
저자의 말을 들으니 사전 운동이 되준 셈 같다.
트렌델렌버그 사인은 나에게도 있는거 같은데
일단은 그 자체를 의식하고 있으니,
좌우 발란스를 느끼며
스쿼트와 런닝머신을 병행하고 있다.
스쿼트를 하고 런닝을 들어가는게
균형면에선 확실히 도움받는 느낌.
작년엔 일부러 달리기라고 시작했던 건 아니지만
아침 5시반 운동을 한동안 꾸준히 했었다.
실내가 아니니 걷다가 뛰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던 시간들.
그러다 우연찮게 다시 실내 운동을 시작하면서
야외운동은 잊고 살지만 저자의 야외운동 느낌엔 동의한다.
하지만, 런닝머신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고,
내 앞엔 작은 창문이라도 있기에
거기서 들어오는 바람에 감사하며 뛴다.
좌우 균형을 좀더 잡고
주법과 속력을 어느정도 끌어올리기 까지는
꽤 런닝머신을 탈 예정인데,
이미 런닝머신의 고마움은 충분히 느끼는 중이다.
인공적으로 경사도 만들어 걸어볼 수 있고
양발의 외번 내번도 일정하게 일치시켜 보면서
후경골근이나 전경골근의 움직임 또한
균일한 속도 안에서 느껴 볼 수 있기에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장치로써 말이다.
아마 실력이 계속 붙는다면
저자처럼 야외달리기도 즐기게 될 것이고
더 욕심을 부려 대회참가도 가능하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내게 현재 최상의 조건은 런닝머신이다.
거기에 더해,
런닝머신에선 옆사람이 신경쓰인다는 저자와 달리
옆에 한칸 걸러씩 사람들이 있을 땐
동료처럼 뛰는 재미도 느끼는 중이다.
같은 운동기구를 선택했다는 그 사실 하나때문에
순간의 동료로써 놓이게 됐지만.
달리기 시작한지 겨우 1주일 지났을 뿐지만
벌써 못하는 날이 아쉬워지려고 한다.
이 운동만의 유용성과
운동자체가 주는 흥미가 분명 있다.
사실 예전부터 달리기를
생활루틴으로 익숙해지겠다는 다짐은
참 많이 했왔었지만 번번히 미뤄만 왔다.
그러다 이번 달 갑자기 마음 먹은 건,
지금 달리기를 안 한다면
언제 한번 하겠냐는 심정이 계기가 되 주었다.
결국 난 죽을 때까지
달리기와는 인연없는 인생이긴 싫었다.
이것도 나름의 절박함이라면
일종의 개인적 절박함으로 난데없이 시작했지만
이 관심사에 저자의 책 또한 도움을 줬다.
운동을 다루지만 전문적인 운동서적은 아니고
저자의 달리기와 함께한 추억을 담은 일기장 같으면서도,
뇌 재활분야와 관련해 운동의 필요성을 잘 이해시켜주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읽어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