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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물에 누운 와불
  • 통찰의학 마음편
  • 김찬우
  • 17,640원 (2%540)
  • 2024-10-03
  • : 120


장르를 명확히 특정짓긴 어려운 책일수 있겠다.

마음을 탐구한 책이니 심리학 같지만,

저자의 선한 가치관이 불교관으로 투영돼

묵상집 형태도 일부분 갖췄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또하나는

익숙했지만 잊었던 불교용어들을 

저자의 현대적 해석으로 다시 음미해 봤다는 것.


저자는 이 책을 

그냥 한번에 독파하듯 읽지 말고,

하루에 한 주제씩 읽어보길 권했다.


차례에도 그 의도는 나와 있지만,

하루에 1mm씩 자라는 나무같은 마음이 되어

제시한 키워드들을 하루에 1개씩 소화해가며

100일간 성장해보면 어떻겠냐는 의도가 담겼다.


즐거움과 괴로움,

간절함, 

외로움, 

열심히,

약점,

트라우마,

참을성,

심리불안,

복,

죄책감,

두려움,

답답함,

못마땅함...


이런 96개의 단어들과 무제 4가지를 

저자의 생각을 담아 재해석 해놓고,

그걸 읽어가며 이전과 다른 

긍정의 방향으로 성장해 가란 의미.

좋은 구성 같다.


불교에 대해선 어렵게 다루지 않았고

현실에서 각자의 몫인

깨우침이나 발전에 중요할

'계, 정, 혜'를 중심으로 설명해 준 후,

100개의 키워드들을 쫓아가는 구성도 겸했다.


먼저 계, 정, 혜의 설명을 들어보자.


계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음으로써

그로인해 내가 받게 됐을지 모를

괴로움을 나로부터 줄여주는 태도.


정이란,

내 마음의 부정적 변화를 알아채기 위해

선정에 들어봄으로써 

미세한 자신의 감각들을

스스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혜는,

일종의 지혜로써 

괴롭다면 

나로 인한건지 남으로 인한건지를 분별하고,

원인이 있다면 무엇이며

만일 그 인식에 오류가 있었다면

그걸 깨우치는게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이 3가지를 가지게 됨으로써,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에 이르는 8가지 '팔정도'를

행할 수 있게 된다.


8개 단어 앞엔

'바른'이란 형용사가 들어가지만,

가시적으로 쉽게 적고 기억되기 위해

이 공통단어는 빼고 정리해 봤다.


계-말, 행동, 생활방식

정-알아차림, 집중, 정진

혜-앎, 생각


책에선,

다른 단어들을 그대로 '바른'만을 앞에 붙여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혜'에 관한 8정도에 관해서만은

조금 다른 풀이도 곁들였다.


바른 앎은 바른 '관점',

바른 생각은 바른 '사유'로써 말이다.


생각은 떠오르는 그 자체보다는

음미하여 이해하는 생각과정을 

말하고자 한 듯 했다.


100가지 키워드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단어들마다 매우 간략한 구성이지만,

저자가 느낀 영감에 기초한 서술이라

단순한 사전적 정의라기 보단 

그의 가치관이 녹아 든 경향도 보인다.


많은 키워드들 중엔

'트라우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기존 이해했던 트라우마 정의와는

많이 다른 저자만의 느낌도 새로와서.


저자는, 트라우마를 

일종의 콤플렉스로 이해하고 있었다.

어떤 계기로 상처로써 남은 상태로,

문제의 본질은 이 취약점을

스스로 숨기는데 있다고 봤다.

이로인해 인생이 꼬이고 비틀어졌다면 

그 이유 또한 트라우마가 자리잡은 탓도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기회가 될 땐 주변에

용기를 내어 사정을 알릴 것도 권했다.

드러내기 싫은 부끄러움을 내려놓음으로써

관련됐던 예민함이 무뎌질거란 것.

절대적인 약점이 아님을 스스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볼 의지를 발휘 할 때,

비로소 관점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드러냄과 숨김의 차이,

그게 종이 한장 차이임을 안다면

인생이 편해지리란 조언도 말미에 덧붙였고.


이와는 다소 다른 내가 아는 트라우마란,

일정한 질서나 연속선상에서 살아온 인생이,

어느 순간 그 질서가 무너졌을 때

예측할 수 없다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해서 살아갈 수 없을 듯한 두려움이 

기존 의지를 넘어 선 것을 의미한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항상성에 기댔던 기존 흐름이 있었고,

오늘 잘 된 일은 내일도 잘되리라 믿는 

개인적 믿음도 있었지만,

그런게 깨지는 상황이 트라우마라고.


불행한 사건으로 차단된 연속성이나

그로인해 기반이나 신념이 무너졌을 때

사람은 자신의 안전감에 균열이 생겼다고 인지하고,

더이상 이전과 같은 신뢰를 느낄 수 없게 된다.

난 이걸 트라우마라고 알고 있다.


아마,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이런 정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 부르면 

더 와닿을 정의일지 모른다.


트라우마에 여러 개의 정의가 가능하다면

저자가 말한 스스로가 부여한 약점에 관한 두려움이나,

내보이기 꺼려하는 극도의 예민함 또한

분명 트라우마의 증상은 될 수 있을듯 싶지만

내 상식과 저자의 상식이

일정부분 충돌하는 것 같아 생각이 필요했다.


저자의 바른 의지와 삶의 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진정 세상은 더없이 좋아질 거 같다.

자기 맡은바 일을 해나가며

안분지족하고 선한 영향력도 나눌 수 있는 삶.


저자의 책을 읽으며

마음 따뜻하고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여러 분야에 있음을 알게 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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