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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물에 누운 와불
  •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 19,800원 (10%1,100)
  • 2024-09-25
  • : 5,260


95년도에 한 여성이 홀로 큰 백팩을 메고

미국 한 지역을 도보여행하기 시작했다.

이 여행 자체를 길게 설명하기 보다는 

도중에 만난 그녀를 보며 넘겨집던

'후버 타임즈', 일명 방랑자나 노숙자에 관한 

기사를 쓰는 한 남자가 그녀에게 계속 던졌던 

노숙자와 관련 질문을 떠올리며,

그녀가 어떤 상태로 여행중이었는지 

한번 추측해봐도 틀리진 않을 듯.

대화를 나눈 뒤 그는

한봉지의 노숙자 구급식량을 나눠주고 떠난다.


책 속 주인공 이름은 '셰릴 스트레이드'.

이혼 때 자기 이름에 어울릴 새 성이 스트레이드.

이훈 후 그녀는 한국으로 따지면 

국토종단 쯤의 여행을 시작한다.

미국 중 척박하고 자급자족이 어려운

자연을 선택한 셈이 되버려서,

스스로 생존하며 목적지로 가는 트랙킹이 됐다.


그녀가 이걸 시작한 이유는,

사는게 힘들어서, 

자신이 망가져는게 느껴져서

뭐라도 해야 존재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다. 


이미 영화는 오래전에 나왔는데

그 원작이 이번에 늦게 소개됐다.

혹시 모른다. 

나만 몰랐을 뿐이지, 

이미 소개됐던 책의 복간일지도.


책과 영화를 이제 다 본 입장에서

느낌이 좀 복잡해졌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셈인데

해석이 달라지는 서사가 꽤 많았다.


영화의 가장 첫장면은 

거의 산 정상에 오른 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이

실수로 벗어 놓은 등산화 한짝을

떼굴떼굴 아래로 굴러가게 만든 실수. 

순간 신경질적으로 화가 나 버린 그녀는

나머지 한짝은 더 멀리 던져 버린다.

이 장면에서 아무 설명도 없었지만 

전달되는 느낌이 꽤 있었는데,

책에선 그 영상의 느낌과는 달랐다.


영상에선 

주인공의 불안정한 모습과

자신에게 도움 안되는 선택을 하는 걸 보여주며,

가고자 하는 내면적 수행길의 초입이며

완성시점은 아닌 걸 분명 느낄 수 있었고,

무모함, 자책, 화풀이 등에서

등산화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을 걷고있는 이가

한짝이 굴러 떨어져 가져오기 힘들어졌다고 해서

나머지까지 버려버리는게 잘못돼 보였다.

그리고 나서는, 슬리퍼를 테이프로 발에 감아 

등산화 대신 신고 가게 되는데

그게 기지를 발휘하는 걸로는 느껴지지 않더라.


헌데 책에선,

이유가 한마디로 타당했다.

신발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그냥 했던 행동이었을 뿐.

영화에선 아래로 찾을 수 있을 지역으로 굴러가는 정도지만

책에선 찾을 수 없는 곳에 깊게 떨어지듯 

절벽에서 놓쳐버린 느낌으로 표현됐다.

그러니 적선하듯 나머지 한짝 마저도 던져버린 셈.


2개의 모습 중 원작이 당연 맞고 따라야 하겠지만

이 작은 해프닝은 영화가 내겐 더 좋았던거 같다.

왜냐면 부족하고 무모한 주인공이 

한번에 잘 다가오게 그려냈으니까.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는

20대에 어머니를 잃고 크게 방황을 시작했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후회하기를 반복하게 됐는데

점차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가지며

더 큰 쾌락을 위해 마약까지 한다.

당시 감정을 묘사하는 그녀는

마약을 했을 땐 모든게 잊혀지고

죄책감도 더는 없이 극도로 행복했다고.

모든 건 복없는 엄마의 운명일 뿐이고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 탓이 단초가 됐다고 미루면 됐다.

하지만 마약기운이 깨고 모든게 사라졌을 땐

맨정신에 느끼던 불안감과 공허함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져 자신을 더 힘들게 덮쳐 왔다.


그러다 한 심리 상담가와 상담도 하게 된 그녀. 

이것도 책은 좀더 상세하고

영화는 단촐하게 정곡만 찌른다.


이건 영화로 요약하자면,


자기 식대로 추모하려는 건 알겠는데

왜 자신을 벌주는 식으로 하느냐며 묻는 상담가.

그러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냐는 질문에 멈칫하게 되고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간 기분이냐는 질문엔 얼어버린다.


책은 10달러의 적은 비용으로 대면했던 

심리상담이었던 건 동일한데,

꽤 믿음가는 만남으로 묘사되면서

당시 그 안에서 있었던 대화를 

큰 기복없이 자세히 그린 편이다.

위에서처럼 순간 파고 들어가

취약점을 건드는 건 없다.


그녀가 겪는 여행 중 사건과 만남들을

천우신조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때때로 만나 도움을 준 사람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결국 자신이 계획한 코스의 종주를 마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후일 재혼 결혼식까지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가정도 잘 꾸려갔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정도도 오픈하는게

스포일러가 될수 있겠지만,

이건 스토리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회고록에 가까운 책이기도 하고,

결말을 안다고 해서 추리소설 같은 비밀이 

노출된다고 생각하진 않겠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그려지는 이 책에서

마지막 그녀의 말은 정리를 위해 꼭 필요하고,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마지막에 담긴 얘기가

책을 읽게 될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녀는 그냥 체험적으로 알았냈다.

멋있는 자연속이 아니라

척박한 땅에서 사서 고생하고 나니,

자신이 짊어졌다고 생각했던 

삶의 고뇌가 부질없었다는 걸.

그러르모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걸.

편하게 살아간다는 건

많은 걸 애써 일부러 노력하지 않며 

건드렸다 말면 멈춰버리는 물웅덩이 같은 

감정선으로 살아내는 일이란 것을.


과정이 있기에 결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과정을 잘 따라가다 필요한 결말을 만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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