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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ji1125님의 서재
  •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 박시윤
  • 15,300원 (10%850)
  • 2021-05-15
  • : 70


제목만큼이나 굉장히 서정적인 책이다.

책의 표지와 필체가 뭐랄까, 굉장히 터프하달까,

나는 당연히 남자작가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나처럼, 역마살이 있는 모양이었다.


문득문득 떠나고 싶어 병이나고, 떠나도 꼭 동해를 간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더 목적지가 뚜렷한 여인이었다.

밤, 새벽 어두운 길도 막 달려(자동차로) 오지에 있는,

이미 없어지기도 한, 절터를 찾아간다.


처음엔 정말 남자작가인 줄 알고, 너무 무서워하길래,

보다가 나도 모르게 큭큭 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1/3 정도를 읽고 갑자기 동네분이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해서,

여자작가인 것을 알고, 급 그 무서움에 공감이 되었다.

"아,, 너무 무서웠겠다 ㅜ"

그래서 너무 대단했다.


작가는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진도 찍어서

한 장에 다 실을 정도로, 사진과 종이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을 넣어야 해서 그런지, 종이가 꽤 좋다.

증정받은 나는 좀 더 강한 책임감이 든다.


그러나, 책임감을 재쳐 두고, 참 좋았다.

역사에 무지한 나라서 다 흡수하지 못했지만,

절터, 탑 마다 조선, 고구려를 넘나들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미 없어져버린 혹은 어느 시골 마을에 쳐박혀 숨죽이고 있는

탑들을 찾아가는 길목, 그 길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

절터를 지키는 스님과 개까지

마치 범인을 찾는 주인공이 나오는 한 편의 스릴러소설을 읽은 듯 하다.


표현이 너무 생동감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정유정 작가 소설의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적잖이 당황한 스님이 가쁜 숨을 헐떡이며 개를 일으켜 세운다. 해맑고 순한 개의 눈빛과 해맑고 순한 눈빛의 스님, 나는 그 사이에서 내 본능 밑바닥에 깔린'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p114


그러나 또한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예쁘고, 순수한데, 정말 외로운 느낌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 또 있을까.


조선시대 관리들은 한양에서 600리나 떨어진 강릉으로 부임할 때 애통하고 한스러워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니, 어찌 강릉의 절경만 두고 아름답다,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p118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강릉바다,

차로 훌쩍 떠나면 빠르면 2시간에도 닿을 수 있는 곳

조선시대 때에는 저렇게 먼 길이고,

저렇게 슬픈 사연이 있을 줄,

모르고 살 뻔 했다.


다시 옛집으로 갔다. 작고 아담한 집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다. ...(생략) 마당과 집 사이에 놓인 석축은 아주 오래된 듯하고, 뒤란 대나무밭과 장독대 석축 또한 아주 오래된 느낌이 강했다. 군데군데 쌓아놓은 기와도, 텃밭을 일구며 한쪽으로 몰아놓은 기와 조각도 모든게 옛 지상사와 닿은 것이라 생각하니 더 반가웠다. p171


고작 옛 절터를 찾아가는 길을

저렇게 디테일하고, 반갑고, 예쁘게 표현할 일인가.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며,

요즘 너무 현실적인 글에 빠져살다가,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는 나에게 도시를 떠나

시골의 정취와 바람과 공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


나중에 나도 작가의 길을 따라,

여행해보고 싶은 동해 절터기행이었다.


책을 덮으며,

오랜만의 진짜 작가의 글을 보았다 기뻐하며

아쉬운 마음에 작가의 소설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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