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그 시대와 국가, 사람들을 관통했던 사상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은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ism)들을 소개하며 각 사상의 대표적인 특색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여기에는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공산주의처럼 이미 귀에 익숙한 사상들, 해체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처럼 한 번쯤 들어는 봤으나 정확히는 모르는 사상들, 그리고 포퓰리즘이나 니힐리즘처럼 생소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사상에 대한 이야기는 자칫 어렵거나 지루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 문장들이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그 시대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중간중간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활용해 읽는 이의 시선과 흥미를 붙잡기도 했다. 그리고 각 장의 끝은 ‘철학물음’과 ‘더 읽어 볼 책’ 소개로 마무리되는데 이런 구성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로인해 우리는 그 사상과 관련해 사고(思考)하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으며 추천 책들을 통해 더욱 심도 있게 그 사상을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해 고민이라면 이 책의 2장, <불안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계몽주의의 시각도 필요하겠지만, 2장에 나온 내용처럼 감정과 감성이 풍부한 낭만주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적인 매력과 공감, 친밀함은 감정과 감성의 교류에서 더 많이 느껴지는 법이다.
한편 ‘니힐리즘’의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니힐리즘(nihilism)은 라틴어 니힐(nihil)에서 왔는데 니힐은 허무라는 뜻이니, 니힐리즘은 우리말로 허무주의라고 한다. 죽음으로 끝날 우리의 인생도 세상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허무하다고 해서 되는대로 살거나 포기하듯 사는 게 아니라 그러므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오히려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존주의’에 대해 읽을 때는 ‘우리 대부분은 인생의 의미를 느끼지 못 할 때 불안해한다. 이 점에서 인간은 ‘의미 중독자’인 셈이다.’(p.119)라는 부분에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의미를 찾는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개인에게 있어 목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거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그 의미를 외부에서 찾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함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는지 안 하는지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다.주변 여건이 좋은지 나쁜지도 내 뜻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을 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밖에 없다. 사르트르는 힘주어 말한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실현하는 한에서만 실존한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남의 결정과 환경에 책임을 돌리지 말라는 뜻이다.(p.122)
빅터 프랭클은 생활 속에 '참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라는 뜻이다. (...중략...) 사르트르도 비슷한 말을 한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앙가주망'(참여)하는 데 있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하는 일이다. 남들이 나를 받아들일지, 사회가 나를 인정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지 않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매 순간의 결정과 행동이 어느 누구도 빼앗지 못할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