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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회의 606호 : 2024.04.20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9,000원 (10%300)
  • 2024-04-17
  • : 315



서점은 내 고등학교 시절 놀이터와 같았다. 고등학교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던 핑계로 학교가 끝나면 늘 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를 돌아다녔다. 거기서 신간들을 열심히 살피거나 책을 자주 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친구들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즐거웠고, 무얼 사지 않아도 풍족했다.

그렇다고 그때 책을 아예 안 산 건 아니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서점에서 참고서와 잡지를 사 보았다. 신기하게도 다른 책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 가까이 있던 서점들... 동네 서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사라졌다.

<기획회의> 606호는 ‘책방, 관계 비즈니스’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박우현 로컬기획자가 쓴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플랫폼, 동네서점]에 따르면 절멸하다시피 한 동네서점이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무렵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겨난 작은서점들은 예전에 내가 종종 학습서를 사기 위해 들렀던 서점과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이라고 했다. 이른바 서점 주인이 어떤 취향과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에 따라 서점의 방향성과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까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책만 사려고 한다면, 요즘 시대에 책방을 들를 필요가 없어졌다. 충분하다 싶을 만큼 책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도 있고, 금방 결제해서 집까지 배송해 준다. 그렇게 편리해졌다고 해서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책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하고 특히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방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폭발적으로 많이 늘어나진 않더라도 곳곳에 책방에서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꽃피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적극적인 책 덕후들은 동네 책방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책’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난다. 그들과 갖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며 저변을 넓혀 간다.

편집을 직업으로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많이 팔릴 만한 책을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갖고 있다. 고민한다고 곧장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실현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 주인들도 그 고민을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팔아서 먹고살 수 있을까?’

 

‘많이’ 팔기 위한 고민은 누구나 한다. 이윤이 있어야 그걸 토대로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많이 팔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건 효과도 의미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 되도록 많이 만날지, 그들과 어떻게 ‘책’을 매개로 관계를 지속하고 확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취향이 살아 있는, 그래서 형태도 방향성도 제작각인 책방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 책방들이 오래오래 생명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을 잇고 저마다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존재가 절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책을 사면 할인은 물론 적립금까지 쌓일 테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서점 공간을 기꺼이 찾아갔다. 새로운 콘셉트로 무장한 동네서점의 탄생에 새로운 독자도 함께 탄생한 것, 그리고 이러한 동네서점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했다.
박우현(로컬기획자)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플랫폼, 동네서점>에서- P25
동네책방은 온라인서점, 전자책, 그리고 스마트폰과도 경쟁할 수 없다. 이뿐인가. 월정액을 내는 콘텐츠 플랫폼과 OTT 서비스와도 경쟁 상댁가 되지 않는다. 동네책방의 미덕은 더 빨리, 더 싸게, 더 재미있고 더 대중적인 책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도리어 오래전에 존재했던 개인책방과 비슷해져야 한다. 물론 지금의 책방이 오래된 책방과 같아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과거 개인책방이 지녔던 미덕이 무엇이었는지를 복기하고, 그 미덕을 새롭게 복원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한미화(출판평론가) <동네책방의 오래된 미래>에서-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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