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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회의 605호 : 2024.04.05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9,000원 (10%300)
  • 2024-04-03
  • : 170



지금 시대에 ‘팬덤’이라는 말은 어느 분야든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K-POP, 더 들어가자면 아이돌 판에서 형성되었던 문화는 정치까지 뻗치더니 출판 쪽은 당연한 듯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 <기획회의>(605호)의 주제는 ‘출판, 팬덤 비즈니스’이다. 평소 너무 궁금했던 주제이고, ‘팬덤’을 형성한 저자의 책 작업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잡지를 읽어 내려갔다.

여러 필자들의 칼럼을 읽으면서 출판 안에서의 팬덤, 소위 유명 저자들이 내는 책에 대해 가진 내 편견이 깨질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편견이라 함은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유명 저자의 이름값만 가지고 만드는 책이니까, 책 자체는 부실할 것이다.

-대체로는 자기 직업이 작가인 사람이 팬덤을 형성한 경우는 흔치 않으니,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내는 책이다. 그래서 그가 스스로 집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팬덤 장사를 하는 책이니까, 특정 시기가 지나면 쉽게 사라져 버릴 책이다.

 

아마 일부 이에 속하는 책도 있겠지만, 사실 작든 크든 팬덤이 있어야, 책을 내고 팔 수 있다. 오히려 책이 꼭 필요하거나 미칠 듯 재미있거나 해서 불티나게 팔렸다는 게 더 전설 같은 얘기가 아닐까 싶다.(적어도 나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던 시대에 책 만드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오늘날 출판은 더욱더 “어쩌다 읽을거리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독자가 아니라, 출판사 또는 저자의 가치를 공유하는 열정적인 팬을 필요로 한다.” 1990년대에 인터넷이 대중화한 이후의 출판은 ‘발견성’ 또는 ‘주목 받기’ 문제로 꾸준하게 몸살을 앓았다.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논문, 신문 기사 등 무료 콘텐츠가 넘쳐나는 공급 과잉 시대에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갈수록 힘들어진 까닭이다.’

_팬덤, 초연결시대 출판의 존재 양식(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중에서

 

아마도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굳이 책까지 펼쳐서 재미나 유익함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찾지 않아도 알고리즘이라는 무서운 녀석이 귀신같이 ‘나의 취향’이라는 걸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을 따라, 콘텐츠들을 소비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가 보고(읽고) 싶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팬덤으로 이루어지는 소비는 어쩌면, 그래도 어떤 대상에 대한 나의 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드러내어 만족감을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에서 활성화되는 팬덤은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대상(저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소비한 것을 드러내어 그이와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일 테다. 사실은 어쩌다 쓴 책 한 권이 좋아서 ‘발견’되었는데, 그 뒤 낸 책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성일 수 있다. 사실 팬덤이 유지되는 것의 전제 조건은 창작자가 자기가 내는 책의 질을 지속적으로 담보했을 때 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다. 영향력을 뜻하는 ‘influen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er’이 붙은 단어다. 그렇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이름만 들어도 모든 국민이 아는 사람, 학계·재계·예술계·방송계에서 두드러지는 업적을 쌓은 사람, 소셜 미디어에서 높은 구독자 수나 팔로워 수를 보유한 사람인가. 이토록 익숙한 정의를 다음 정의처럼 바꿔보면 어떠한가. 우리가 닮고 싶은 좋은 어른, ‘으레’를 깨부수고 ‘오래’ 일해온 창의 노동자,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예술가 말이다. 물론 전자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출판 기획한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가능하다면 후자를 생각하고 기획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진실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서로를 찾는가: 좋아하는 저자, 편집자, 독자라는 공동체> _김성태(김영사 문학교양팀 팀장)-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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