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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회의 604호 : 2024.03.20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9,000원 (10%300)
  • 2024-03-18
  • : 110

3월 20일자에 발간된 기획회의 604호에서는 ‘지금 편집자의 학교는’이라는 특집 제목으로 편집자가 받아 온 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루었다. 이번 호 특집 글들을 읽는 동안 나의 첫 회사의 입사 첫날이 문득 떠올랐다.

분명 컴퓨터는 컴퓨터인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요상한 컴퓨터 앞에 앉으라고 하고 파일을 하나 열어 주고 가 버렸다.(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대리쯤 되는 선임이었던 것 같다.) 키보드 키 모양도, 화면 창도 낯선 그 컴퓨터의 이름은 아이맥 G3였다.

편집자로 들어갔는데 웬 G3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회사에서는 편집자가 쿽프로세스 프로그램을 써서 편집 구성을 만든 뒤 쿽 파일을 디자이너한테 보내면, 그 파일을 기초로 디자인을 해서 파일을 주고받는 시스템이었다. 그당시 대다수 출판사에서 썼던 편집 디자인 프로그램 쿽프로세스를 편집자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인문 계열 전공을 하는 동안, 몇 안 되는 책이나 읽은 게 다였던 졸업생이 편집 툴을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떠듬떠듬 이 키 저 키 눌러 가며, 옆자리에 앉은 2개월 차 선배한테 물어 가며 익혔던 게 생각난다. 어느 날은 상당히 규모가 큰 영어 학습 프로그램 기획을 해 보라고 하는데, 대체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신입사원 셋이 ‘이게 맞아?’ 하면서 쑥덕였던 기억이 난다.

출판사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2000년대 후반은 사내의 출판 교육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때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지금의 출판 교육 환경은 분명 많이 나아지고 있다. 다산북스에서 사내에서 행하고 있는 10주 동안의 신규 입사자 교육이나 매주 금요일에 시행하고 있다는 R&D의 날 모두 대표와 임원진 차원에서 출판 교육에 아주 많은 가중치를 둔 과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출판사가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 대상으로 출판 교육을 계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진행하는 일들을 빡빡하게 해내기도 쉽지 않은 일정에 ‘교육’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출판의 속성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움직이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막 출판계에 들어와 성장하고 싶은 편집자들이 ‘여기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겠다’고 절망하며 떠나가지 않도록, 지금 출판사에서 날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편집자들이 ‘그래도 책을 계속 만들어 보아야겠다’라고 오늘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서 배우고 고민하고 따져보고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에 참여하는 마음이 늘 편치만은 않다. 일과 중에 교육을 듣고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밀린 일을 처리할 때면 과연 이게 정말 맞는 길인지 ’현타‘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 반대로 이제부터 오로지 일만 하게 해줄까 하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듯하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교육을 통해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열성적인 교육 프로그램 탓에 한순간 내 일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그 시간 덕분에 비로소 앞뒤를 살피며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배울 수 있는 환경: 다산북스 사내 교육 이야기>, 조세현(다산북스 편집관리팀 팀장) 글에서- P43
우리 모두 노동자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와 함께 끈끈하게 연결된 협역자이며, 지식이 전승되는 관계다. 경력직 같은 신입이 없다? 우리가 키우면 되고, 우리가 키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다.
_<우리가 키워야 한다>, 북마녀(웹소설 유튜버) 글에서-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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