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리뷰의공간
  • 기획회의 603호 : 2024.03.05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9,000원 (10%300)
  • 2024-02-29
  • : 356


2024년 1월부터 <기획회의>를 받아 본 이후로, 이번 호만큼 <기획회의>가 얼른 오기를 기다렸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이번 특집호(603호) 주제가 바로 #편집자의 위기, 곧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책 제작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 본 적이 없거나,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 직업은 편집자예요.”라고 하면,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하는 것도 아니고, 인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는 표정을 한다. ‘작가의 원고를 교정하나 보다.’ 하는 반응이라면, 그나마 책 만드는 과정을 조금은 더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요새는 영상이 사람들한테 더 익숙해서인지 영상 편집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책의 역사가 5,000여 년쯤 되었고 전문 편집자가 등장한 것이 인쇄 혁명 이후 책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서부터라고 하니까, 출판 편집자의 역사도 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편집자라는 직종에 대해 출판계를 제외한 데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이나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그게 어제오늘의 일인가? 고루하고 급진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출판계에서 온갖 일을 다 하지만 가장 보이지 않았을 때야 비로소 책이 빛나는 편집 일은 그때도 지금도 알아주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도 편집자라는 일이 특정 전공 내에서는, 어떤 부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망하는 직업인 때가 있었다. 그들은 ‘책을 너무 좋아해서 만드는 일을 하려고 들어왔다’라든가 ‘월급만 생각하면 이 일 계속할 수 없다’라는 낭만적인 말들을 스스로 되뇌며, 박봉에 일의 경계도 흐릿한 이 직종에서 버티고 버티며 세월을 보내왔다.

한 몇 년 전 즈음부터인가 ‘편집자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말이 슬슬 나왔다. 한 3년 차에서 10년 차쯤 되는 ‘경력 편집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기획회의>의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 판에서(양선화_지학사 단행본팀 과장)에서도 나왔듯. 출판사들이 내는 편집자 구인 공고에서 ‘신입 지원 가능’ 문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출판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편집자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이 무엇이든 저마다 자기 몫을 감당해 내느라 신입한테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누군가 출판사에 새로 입사하면, 그가 누구든 편집 시스템이든 그 출판사의 시스템이든 각자 알아서 잘~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에게 남겨진 게 잘 정리된 인수인계 문서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편집 일 말고 다른 걸로 밥 벌어먹어 본 적이 없다는 까닭으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이제껏 버텨 왔다. 이번 호에서는 ‘편집자의 위기’를 주제로 각자 다른 위치나 분야에 있는 출판계 사람들이 글을 기고했다. 여러 입장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보면서, 무언가 씁쓸하고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출판사 대표나 외주 편집자, 마케터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조언도 마음 깊은 데서부터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 어린 말들이 지금도 출판계를 떠나고 있는, 떠나려고 마음먹은 편집자들의 귀에 들릴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 화석처럼 남아 있지만(어쨌든 붙잡고 있으려고 하지만), 양선화 편집자의 칼럼 끝에 있는 말이 더 선명하게 들린다.


이런 마당에 그래도 좀 더 나은 회사가 있겠지 하고 북에디터를 매일 들락거리는 삶에서 이탈해 다른 세계에 도전하는 것, 혹은 자신의 색깔을 남김없이 표현하는 출판을 시작하는 그것을, 그저 ‘편집자의 위기’, ‘출판의 위기’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은 회사가 대부분이라 전체 출판산업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거나, ‘근본 없는 1인출판사가 난립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의 진의를 의심한다. 나는 이것이 편집자의 위기가 아니라 도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_‘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 판에서 중에서
- P31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