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이 책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그대의 고민이 돈이라면 이 책이 제법 흥미로울 것이오. 하지만 그대 고민이 사람이라면 그대 자신의 이야기로 가닿을 것이오."
그렇다. 조직 생활을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급자와 상급자 모두를 경험하게 되니 이 책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이다.
앵그리 보스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나도 꽤 공감하겠구나 예상했지만, 읽다 보니 앵그리 보스였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죽이고 싶을' 정도의 보스는 없었지만, 꽤나 미운 보스들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혹시, 죽이고 싶을 정도의 '앵그리 보스'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며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느낌이다. 왜 좀 더 세련되고 쿨한 보스이지 못했을까?
책은 3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전반부는 예의 없는 하급자, 중반부는 죽이고 싶은 상급자, 그리고 후반부는 이론이다.
책을 검토한 편집자들이 "일단 재미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죽이고 싶은 상급자와 예의 없는 하급자 이야기를 썼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관리자와 실무자, 즉 상급자와 하급자의 갈등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상급자와 하급자의 입장이 다르고 그 둘을 하나 묶기 힘드니 문제가 된다.
저자는 이를 상급자가 문제인 경우, 하급자가 문제인 경우로 나누어서 살펴본다.
#상급자 유형
저자가 처음 거론하는 문제아는 식충이 팀장, '멍청하고 게으른 상급자'이다.
아주 예전에 회사 갓들어가서 입사 초기에 들었던 4개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서 떠올랐다. 직장인은 멍청함 및 게으름 여부에 따라 4개의 분면, 즉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그리고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4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멍게인 것이다. 멍게는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다음은 불사조, 멍부 상급자이다. 불사조 팀 담당자들은 팀장이 한 일 수습하다가 죄다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한다. 쓸 데 없는일을 끝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불사조는 죽지도 않는다.
그런데 최악은 똑부, 똑똑하고 부지런한 팀장이란다. 이들은 일도 잘하고 부지런하기 까지 하다. 밑에 직원들에게서 도저히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저자는 똑게, 똑똑하고 게으른 상급자를 정말로 무서운 인간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바람직한 유형은 똑게이다. 특히 상급자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상급자가 게으르면 하급자가 자연 스스로 챙기면서 일을 해야 하니 업무 능력도 성장한다. 스스로 주도해야 하고 필요 시 상급자에게 자문을 구하면 똑똑한 상급자는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준다. 자연스럽게 코칭형 리더십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은 잘 돌아가고 하급자는 성장한다. 얼마나 바람직한가? ㅎㅎ
#상급자의 고객
개인적으로 나는 자신이 하는 일의 고객이 누구인가를 정의해보면 어떻게,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개념이 잡힌다고 생각했었다. 고객은 회사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에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업무를 도와주는 부서의 동료 직원, 직장 상사 등을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고객은 전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존재니까.
이 책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상급자의 고객은 누구인가?
회사의 진짜 고객은 외부고객이고, 외부 고객을 담당하는 사람은 하급자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하급자가 상급자의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급자는 하급자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으니 하급자가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부 고객이 만족해야 외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 역시 하급자가 상급자의 고객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인데 묘하게 근거를 만든다.
재밌는 표현들
"위계조직의 구성원은 무능의 단게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한다." -피터의 법칙. 로렌스 피터 <피터의 원리>
"상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사직 날짜를 받아놓은 하급자다"
다만 권위에 대한 이 표현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를 없앤 대통령이 아니라 권위주의를 없애려 한 대통령이고,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귄위의 위계, 즉 그 순서를 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했다고 재해석 한 부분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죽이고 싶은 상급자는 고난과 시련, 그 광야를 통과하며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며, 그 은혜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된 사람이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며, 이를 타인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라고 역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상급자가 책임을 대신해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그만큼 그 권위를 인정 받을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급자에게 생각해볼 질문을 던진다.
"그대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마케팅에서 끊임 없이 되뇌어 보는 질문을 나도 오늘 다시 한번 해본다.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은 상급자인지, 하급자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평단에 참여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