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고광열, 사계절 2026-01-30
우리는 보통 역사를 나라별로, 민족별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흑해라는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지나간 긴 역사를 살펴봅니다. 흑해에 연관된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오스만, 러시아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흑해를 통해 연결되고 충돌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기껏해야 저쪽에 있는 커다란 호수 아닌가 생각했는데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역입니다. (어쩌면 역사를 이렇게 강과 호수를 중심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1장 장소의 고고학
흑해는 지중해와 연결된 통로이고 거대한 강들이 흘러드는 종착지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흑해를 세상의 끝이고, 신화 속 괴물, 반인반수, 영웅들이 사는 곳으로 인식합니다. 기원전 1세기 디오도로스는 흑해에서 잃어버린 문명의 잔해들인 대리석 기둥 조각들을 어부들이 발견한다고 합니다. 기원전 1세기에도 잃어버린 문명이 있었습니다.
2장 폰투스 에욱시누스 (기원전 700~기원후 500년)
기원전 1천년에 그리스인들은 흑해를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스, 프로메테우스의 무대로 보았습니다.
기원전 8세기 초기 정착인 킴케르인들의 기록은 성경 창세기, 예레미야에 나옵니다.
밀레토스 도시국가, 스키타이인의 진출, 아폴로니오스의 기록, 로마의 절정기에 흑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3장 마레 마조레 (500~1500년)
큰 바다(마레 마조레, 이탈리어어)의 시대입니다. 비잔티움제국 시절에 흑해는 야만인들이 가득한 지역입니다. 사마르티아, 훈, 아바르, 마자르, 페체네그, 쿠만인들이 들어오고, 하자르, 로스, 불가르, 튀르크인들이 이어나갑니다.
흑해를 지켜보던 비잔티움제국은 1204년에 막을 내립니다. 이 시기에 여행을 떠난 마르코 폴로는 아쉽게도 흑해 주변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매일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말하는 게 지루할 것 같기 때문이라‘ 합니다. 뒤를 이어 몽골 제국이 융성하고 실크로드로 무역을 활발하게 하지만 흑사병이 도래합니다.
4장 카라 데니즈 (1500~1700년)
검은 바다(어두운 바다, 튀르크어)의 시대입니다. (은근 저자가 자기용어를 만들어갑니다)
1525년 유명한 피리 레이스가 오스만 제독과 지도 제작을 했던 시기입니다. 노예무역의 무대가 됩니다. 16세기 노예판매세는 세입의 29%를 차지합니다.
오스만 술탄의 통제 아래이지만 코사크 해적들의 습격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번영했지만 이 시기에 거래된 노예인구가 1만 명을 넘은 어두운 바다였습니다.
5장 초르노예 모레 (1700~1860년)
여전히 검은 바다(초르노예 모레, 러시아어)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남하로 흑해는 다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표트르, 예카테리나 대제의 야망이 투사된 시기입니다. 흑해 북부 스텝 지역을 정복하고 오데사와 같은 항구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크림 전쟁은 흑해가 지역 바다가 아니라 세계 패권을 다투는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6장 흑해 (1860~1990년)
제국은 무너지고 국가들이 들어섭니다. 증기선, 철도, 석유의 발견으로 흑해의 가치를 올라갔지만 인종 청소, 인구 이동을 만듭니다. 냉전 시기 흑해에는 서구 진영(터키)과 공산 진영(소련, 불가리아, 루마니아)이 맞서는 긴장의 바다가 됩니니다. (의외로 짧은 130년 기간인데 내용이 많습니다. 역시 남은 기록이 많으니 할 말이 많은듯 합니다)
7장 물과 마주하기
아널드 토인비는 제1차 세계대전의 후폭풍에 관한 역작인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서방 문제‘에서 동부 지중해와 흑해를 바라보는 서양인 대부분의 머릿속에 박힌 잘못된 이분법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의 이분법이고 둘째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이분법이며, 셋째는 문명과 야만 사이의 이분법이다. 이렇게 대립하는 범주 사이의 경계는 멀리서 보면 충분 명확해 보일 수 있으나, 토인비는 이스탄불이나 오데사나 바투미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거나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그 범주는 그야말로 우스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418p, 물과 마주하기
7장이 마무리입니다. 끝이 끝이 아닙니다. 여전히 흑해를 둘어싼 국가들은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결국 역사를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단순하게 사건 나열의 기록이 아닙니다. 슬쩍 저자의 식견이 들어가고 (특히 각장의 처음에 나오는 인용구만 읽어도 흑해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과 기록의 대조가 돋보입니다. 거기에 읽고 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크림반도 갈등, 튀르키아의 행보 등을 얼핏 이해할 것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를 보는 체력이 조금 향상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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