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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님의 서재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 15,300원 (10%850)
  • 2025-11-18
  • : 82,510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이지수 (옮긴이) 리프 2025-11

저자는 2001년생 23세 대학원생입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괴테 관련 서적을 500권 가량 읽었다고 합니다. 책소개에 1년에 책을 천권 읽는다고 해서 그런가 했는데 잠깐 생각하면 하루에 2.7권을 읽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할까? 나도 웹소설을 읽으면 하루 7권까지 읽을 수 있는데 저자는 이런 종류가 아니라 괴테에 관한 책을 써야하니 베르터, 빌헬름, 베를리힝겐, 스텔라, 타우리스 등 읽히지 않는 책들을 3권씩 읽었다는 거지요.
스즈키 유이(鈴木結生) 선생. 대단합니다. 찾아보니 인터뷰에서 ‘1작품당 관련 서적 500권 정도 읽는다. 작년 2작품 썼으니 1000권쯤 된다‘고 말한 것이 1년 천권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하루 10시간 도서관에서 읽으며 통학 중에도 소설 쓰기 모드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아침 8시 기상 후 40~50분 도보 통학하며 읽고 보고서, 작품 자료를 병행해서 읽습니다. ‘읽고 쓰는 인간‘이로군요. 생활 루틴과 연 1000권 독서 과정을 직접 보여 준 영상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으로 2025년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172년이나 된 수상인가 했는데 1년에 두번 상을 시상합니다. 그래도 90년된 상입니다. (1935년)

세번째 포인트는 쓰기 시작해서 30일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관련서적을 500권 읽었으면 1일3권만 해도 167일이 필요한데, 날림으로 읽은걸까요. 하루에 17권씩 읽어가면서 쓴 것일까요. 그림을 몇분만에 뚝딱 그리고 거액을 청구해서 의문을 제기한 고객에서 자신의 한평생 시간이 들어갔다고 하는 화가도 있는데 30일 완성은 또다른 마케팅입니다.

그런 과햔 마케팅은 있지만 책이 재미있습니다. 노회한 괴테 연구가가 등장합니다. 티백 꼬리표의 수상쩍은 “괴테 명언” 한 줄이 평생 괴테만 파온 독문학자의 삶과 학문, 나아가 언어와 믿음에 대한 그의 세계관을 뒤흔들기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괴테 연구자 히로바 도이치는 이름부터 ‘독문학자‘처럼 들리고 오랜 세월 괴테 연구에 인생을 바쳐 온 학자이다. 결혼 25주년을 맞아 아내와 딸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은 그는 식사 후 주문한 홍차의 티백 꼬리표에서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Goethe”라는 문장을 발견한다.​ 자신이 아는 괴테 텍스트에서도 본 적 없는 문장이라 잠시 의아해하지만, 나중에 출처를 찾아보리라 생각한다. 도이치는 방송 강연 원고를 퇴고하던 중애 이 문장이야말로 자신의 괴테 연구를 압축하는 결정적인 문장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받는다.​ 영어 문장을 독일어로 옮겨 “Die Liebe verwirrt nicht alles, sondern vermischt es.”라고 직역해 보지만, 막상 소리 내어 읽어 보니 어딘가 괴테답지 않다는 낯섦을 느낀다.​ 일본어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고 재번역하면서 ‘잼처럼 마구 섞여 혼동되는 상태’와 ‘샐러드처럼 각자의 형태를 유지한 채 뒤섞인 상태’를 대비시키며, ‘mix’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도이치는 여러 판본의 괴테 전집을 뒤지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문의하며 본격적인 추적에 나선다.​ 그러는 동안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옛 동료의 농담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며, 한 인간이 과연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괴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말하려 했던 존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사유가 점점 깊어진다.​

스포하지 않으려고 앞부분만 요약했습니다.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꿈에 괴테 선생이 나타나는 부분인데 오오, 전율이 일어납니다.
노교수가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동료, 학자들에게 물어보는 대목도 인상적이로군요.

그런데 이 책은 한번 읽는 것보다 두번, 세번 읽을 때 색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책 내용이야 위의 한 문장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마지막에 번역한 이지수선생이 6번까지 통독하면서 계속 새로웠다는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책읽는 내내 괴테가 맴돌아서 저서목록을 찾아봤습니다. 주요 작품이 40권이고 시, 산문, 다른 것들을 합치면 140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권 한권 제목만 봐도 평생 읽어야 할것같은 느낌입니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Götz von Berlichingen), 1773 ​
젊은 베르터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1774 ​
클라비고 (Clavigo), 1774 ​
스텔라 (Stella), 1775 ​
이피게니에 아우프 타우리스 (산문판, Iphigenie auf Tauris), 1779 ​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 (Wilhelm Meisters theatralische Sendung), 1785 ​
에그몬트 (Egmont), 1788 ​
토르콰토 타소 (Torquato Tasso), 1790 ​
식물 변형론 (Metamorphose der Pflanzen), 1790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 1795–96 ​
헤르만과 도로테아 (Hermann und Dorothea), 1797–98 ​
서동시집 (West-östlicher Divan), 1819 ​
이탈리아 기행 (Italienische Reise), 1816–17 ​
파우스트 1부 (Faust I), 1808 ​
친화력 (Die Wahlverwandtschaften), 1809 ​
색채론 (Zur Farbenlehre), 1810 ​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 1~4부), 1811–33 ​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Wilhelm Meisters Wanderjahre), 1821–29 ​
파우스트 2부 (Faust II), 1832 (유고) ​
괴테와의 대화 (Gespräche mit Goethe, 에커만 기록), 1836–48 (사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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