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밤 인사
함정임 (지은이) 열림원 2025-02-28
보들레르, 조아킴 롱생, 발터 벤야민...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내가 샤를리다˝ 라는 프랑스어의 3단어로 조합하는 하이쿠를 놀라워합니다.
책의 곳곳에 멋진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것에는 많은 우연이 개입한다. 프루스트
보리수 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의 맛. 프루스트
나는 다른 사람이다. 프루스트
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랭보
외롭게 사는 사람들을 항상 그 영혼 속에 기꺼이 이야기하고 싶은 무언가를 품고 사는 법이다. 체호프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폴 발레리
처음 읽으면서 윤증과 미나가 사귀게 되는건가? 장과 미나가 친해지는건가? 둘다 아닙니다. 그럼 이건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생현실인건가 의아해하면서 두번째 읽어보니 조금 이해가 됩니다. 역시 프랑스 관련 연구를 한 저자라 한번에 이해하기 쉽게 쓰지 않았습니다. 대충 내용을 알면서 세세한 문장들을 읽어보면 상당히 진한 감정이 감춰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새겨진 묘석들을 따라 걷는 일은 낯선 경험이었다. 어떤 죽음은 100년도 더 전에 일어났고. 어떤 죽음은 일주일 전, 또는 사흘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묘지 밖으로 나오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이 내 앞에서 걷다가 하얀 철문에 이르자 비켜서서 나를 먼저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도 뒤따라 나오며, 하얀 철문에 매달려 있던 검은 종을 손등으로 가볍게 특 쳤다. 그러고는 한 번. 두 번 연달아 종을 쳤다.
우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해변의 묘지를 내려왔다.
오후 4시경이었다.
122p, 세트
이런 묘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살아있어 화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왜 묘지를 방문한건가 이상했는데 폴 발레리의 시가 나온 바로 그 장소입니다. 역시 소설가는 그런 영감을 찾는 곳으로 가는군요. 소설 속의 인물도 따라 갑니다.
등장인물은 세 사람입니다. 그들의 상당히 미묘한 관계와 여행에서 인생의 우연, 운명이 마주칩니다. 윤고은소설가의 ‘세 사람이 시차를 두고 완성하는 산책이 별의 궤적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별자리가 교차하듯이 만나고 시간이 되면 헤어집니다. 이들의 여정은 간절곶,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의 만남은 우연일까요, 운명일까요. 이 것 역시 교차합니다. 우연인듯이 만났다가 운명인듯한 의미를 남깁니다. 이 세 사람 모두 문학을 좋아하기에 문학과 예술도 교차? 융합됩니다.
발터 벤야민의 철학, 프랑스 문학의 흔적, 그리고 현대의 SNS 까지 다양한 텍스트들이 어우러집니다.
사실 제목 ‘밤 인사‘가 비범한 단어이지요. 아침, 점심까지는 인사가 어울리지만 방 임사라니, 묘한 어감을 줍니다. 거기에 참으로 끌리는 문구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한 마디에 끌려들어가면서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