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느낌의 책이다.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소설이고, 그런데 읽다보면 소설보다는 또 에세이의 느낌이 더 강하다.
불안, 불면, 공포, 실연, 상실, 고독같이 인간이 느끼게 되는 다양한 근심, 걱정에 관한 39편의 연작소설인데 역설적이게도 너무도 유쾌하고 따스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온갖 근심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저자의 메시지인듯도 싶다.
읽다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사소하고 갖가지 근심을 달고 사는지,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춘기 대륙이동, 노화의 덜커덩과 덜덜에 대하여, 10종 경기 무릎, 지옥의 눈빛을 가진 남자 와 같이 제목에서부터 유쾌함이 묻어난다.
주인공인 나의 윗집에 사는 비제 여사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
밤에 잠을 못자면 흔히 숫자를 거꾸로 세워보라거나, 5분만에 잠드는 음악을 들어보라거나 등등 그럴싸한 방법들이 많이 제기되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방법을 쓰면 눈이 더 말똥말똥해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비제여사 역시 양을 세보기도 하고 호흡에 집중해보지만 그 어느 방법도 통하질 않는다. 오히려 호흡곤란에 빠지고, 옆에서 잘 자는 사람한테 괜히 질투도 난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이 계속 떠오르면서 점점 정신은 맑아진다.
비제여사의 상황이 참 힘든 건 분명한데 저자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상황에 자꾸 웃음이 난다.
첫 실연을 겪은 16살 소녀 리자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분명 이겨내지 못할 실연의 아픔을 겪었을 거라고, 리자가 "지나갈꺼야" 라는 단어를 꽉 붙들기를 바라면서 직접적인 위로보다는 그저 그런 소녀를 다정하고 따스한 눈으로 바라본다.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된 카미유 이모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모의 안전을 위해 결국 간병인을 고용하게 되는데, 카미유 이모는 단순히 돌봄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반대로 그녀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된다. 그러면서 간병인 시그리트는 도움이 필요한 인물이라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러면서 스스로 아직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왠지 짠한 감정이 밀려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듯이 근심 걱정도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이런 근심걱정을 일부러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은근 매력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