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역사적 사건, 역사적 인물, 역사적 장소...등등 역사하면 뭔가 거창하고 특별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 역사는 아주 작고 사소한 움직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고, 결국 역사를 형성해 온 것들은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습관, 감정과 취향인 셈이다. '
이 책에서는 역사를 이러한 관점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데, 참으로 소소한 일상의 것들이 소개되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요람과 장난감, 음식과 기쁨, 동물과 친구, 놀이와 여가, 의식과 의례, 사랑과 성, 패션과 미용..등 총 10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분량은 2-3쪽 정도라 깊이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가볍게 읽기 좋다.

러시아 영토에서 출토된 딸랑이는 4천 년 전,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점토로 만들어졌고 아기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곰돌이 푸우같은 동화책 덕분에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곰이 무시무시한 동물이 아니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기억되어져 왔는데, 이러한 아기곰 딸랑이를 보니 수천 년 전 아기들도 곰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 어릴 때와 비슷했을 것 같다.
이누이트가 겨울철에 즐겨 먹는 '키비악'이라는 음식은, 내장과 뼈를 모두 제거한 바다표범의 몸 속에 바다쇠오리 500마리를 집어넣고 꿰맨 후, 진흙을 덧발라 통째로 땅에 묻어 몇 달을 발효시킨다. 발효 후에는 그 바다쇠오리를 꺼내 먹는다.
에콰도르의 전통음식인 통째로 요리해 먹는 기니피그, 팔라우 공화국의 과일박쥐 수프 등도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데, 마지막에 소개되는 한국의 번데기를 보니 이것이야말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징그럽고 이해못할 음식으로 여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벌레의 유충과 성충의 중간 단계라는 단어를 마주하니 음.. 지금은 섣불리 먹을 수 있으려나...

남태평양의 섬나라 원주민들의 ' 낭골' 이라는 의식은 흔히 '땅 위의 다이빙' 으로 알려졌는데, 마을의 남자들은 발목에 덩굴만 묶은 채 최대 30미터의 목조탑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린다고 한다. 덩굴의 탄성 덕분에 어깨가 지면에 거의 닿을 정도로 착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덩굴의 길이에 아주 근소한 오차만 발생해도 죽음에 이르게 되는 매우 위험한 의식이다.
이 의식에 성공한 남자들은 그 해 수확한 가장 큰 참마를 가져갈 수 있고, 성인식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데, 현대의 번지점프가 바로 이 낭골 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신석기 시대의 젖병,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6천 500년 전 무덤에서 나온 순금 성기 가리개, 이집트인들의 근태기록부, 고대 아테네의 졸업앨범 등등 제목만 봐도 단박에 궁금해지는 내용들이 많다.
사실 나는 박물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박물관 수업이라면 몇번이라도 듣고 싶다.
게다가 저자처럼 잘생긴 도슨트의 해설이라면 더더욱 대환영 !!
그동안 유물 중심으로 생각해왔던 박물관 수업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도 되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