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그러고 보니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 진주 귀고리 소녀 > 를 읽은 지도 벌써 15년도 더 지났다.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와서 정말 오랜만에 기억 끄트머리에서 다시 소환해 낸 반가운 작가이다.
그런데 이번 신간소식을 접하면서 보니 그 15년 동안에 몇 편의 소설이 출간됐었다는 사실을 첨 알게 되었다.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이번 소설은 베네치아와 무라노 섬을 배경으로 500여년에 걸친 한 여성과 그녀의 가족사, 그리고 그들의 전통사업인 유리공예에 대한 이야기가 대서사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1486년 소설의 주인공인 오르솔라가 9살인 시점인데, 다음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소설 속 배경의 시간은 대략 100여년을 훌쩍 뛰어넘게 되고, 마지막 이야기는 코로나를 지난 현재의 시점, 그리고 오르솔라는 60대 후반으로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이런 시간적 이동이 이상해서 혼란스러웠었는데, 알고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는 판타지 성격이 가미되어 있는 것이었다.
'시간을 뛰어넘을 때가 되었네요.' 라는 소설 속 화자의 이 문구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와 베네치아의 곤돌라이다.
지금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라노 유리공예가 있기까지의 그 과정을 로소 가문의 전통 수공업 사업을 통해 만나보게 되고, 그들이 무라노 섬에서 베네치아까지 오고가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곤돌라의 변천과정도 마주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오르솔라를 중심으로 그녀의 두 오빠, 엄마, 그리고 이들 가정의 일원이 되는 많은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까지..등장인물들이 꽤 된다. 그들 대가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유리공예 사업 이야기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페스트가 베네치아에서 무라노섬까지 전염되면서 로소 가문의 사람들이 격리되면서 겪는 상황을 통해, 그 당시 역병이라는 끔찍했던 역사적 사건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지고, 나폴레옹 시대가 도래하면서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조세핀 보나파르트를 위한 유리목걸이 작업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야기 초반에, 어린 오르솔라에게 유리구슬 기술을 배울 것을 권유함으로써 오르솔라가 여성으로서 이 세계에서 자주적인 활동을 해내가는 계기를 마련해준 마리아 바로비에르라는 여성은 유리공예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실존인물이다.
또한, 로소가 사람들은 한 남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홀려 선금도 받지 않은 채 많은 주문량을 만들지만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 사기꾼으로는 실존인물인 카사노바를 등장시킨다. 이야기 중반에 등장하는 기이한 취향을 가진 후작부인도 실존인물이다.
이렇듯, 실존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등장하고 주인공들과 연결되면서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이런 부분이 소설을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하고,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시간의 범위가 500년이다보니,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점은 조금 아쉽다.
초반 1480년대 후반에서 시작해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통해 그 분위기 그대로 이야기를 이끌고 마무리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읽는 내내 곤돌라가 오고가는 베네치아와 무라노섬의 유리공예 작업장의 분위기, 수많은 유리공예품을 상상하게 되는데, 영화로 꼭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