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해리 오거스트라는 한 남자가 열다섯 번의 삶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죽어도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할텐데 책을 읽으면서는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망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주인공 해리는 첫번째 삶에서는 병으로 죽게 되고, 그 다음 삶에서는 어린 나이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어떤 삶에서는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어떤 죽음을 맞이해도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은 채 처음 태어났던 그 해 그 날 그 장소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해리의 삶은 불행, 저주, 고통의 연속이다. 어느 하나의 삶도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해리.
해리는 자신과 같이 무한반복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 '칼라차크라' 의 모임인 ' 크로노스 클럽 ' 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그들만이 겪는 삶의 고통에 도움을 주는 그 집단의 존재에 큰 위안을 받고, 미래를 경험하지만 결코 역사를 바꿔서는 안된다는 그들의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
또 다른 삶에서는 반대로, 미래의 과학기술을 과거인 현재로 끌고 와 세계를 바꾸려는 야망을 품은 빈센트 랜키스의 뜻에 동참해,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한다.

매번 다시 시작하는 삶에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는 빈센트의 존재도 흥미롭고, 탄생과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이 숨막히게 전개된다. 해리에게 있어서 빈센트는 과연 어떤 존재로 남는 것일까..열다섯 번째 삶으로 끝난다면 좋으련만 해리의 삶은 과연 끝이 있기나 하는걸까...끝난건가..
이번 생에서 죽더라도 어차피 다시 태어날 꺼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무한정 반복재생되는 삶을 영위한다면 과연 매 삶에 대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삶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고,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해리는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있어서 SF는, 어릴 때부터 뭔가 장황하고 상상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언제나 뒷전으로 슬며시 밀어넣곤 하던 장르였다. 그나마 영화로 마주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나의 부족한 상상력을 채워주는 보조적 역할을 해주기에 책보다는 낫지만..
그러나 이번 반타출판사의 재출간작(처음엔 신간인 줄 알았는데 2018년 출간작이다)을 읽고나서는 SF 소설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은 오픈되고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600여 페이지의 내용이 숨막히게 전개되는 타임루프 SF 스릴러 소설. 참 재밌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