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폴 오스터의 작품.
아! 그래 바로 이것이 폴 오스터의 분위기지!!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상황과 문장을 굉장히 거대한 뭔가로 끌어올리고, 읽는 내내 긴 호흡으로 읽히지만 그 문장마저 매력적이다.
언젠가부터 신간이 나오질 않아 왜 활동을 안하실까 궁금했었는데, 작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랍고 슬프던지..이제 이 작가의 맛깔스런 글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새삼 그립다.
'정원사' 라는 뜻을 가진 ' 바움가트너 ' 는 책의 제목인 동시에 작품 속 주인공의 성이다.
70대의 노교수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불우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외로운 노년의 삶을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 겪게 되는 현상들 - 자꾸만 흐릿해지는 기억력들, 화장실 다녀온 후 바지 지퍼 올리는 걸 점점 자주 잊는 현상 등등 - 에 대해 서글픈 현실을 조금은 유쾌하게 풀어간다. (폴 오스터만의 매력이다.)
여전히 아내의 부재를 그리워하면서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회상하고, 그보다 더 오랜,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더 나아가 부모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도 회상한다.
아내와의 이별을 신체 절단의 후유증, 즉 산지통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절단된 일부가 여전히 아프게 느껴지는 이 증상에 대해, 가끔은 어떤 치료가 이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도 있었는데, 읽으면서 그래 바움가트너씨 ! 더 이상 외롭게 살지 말고 합치세요.. 하고 내심 응원하게도 된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내고 외로웠던 바움가트너와는 달리, 경멸했던 남편과 헤어져 홀가분해지고 드디어 자유를 만끽하게 된 주디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서로를 사랑하긴 하지만 바움가트너와 주디스의 이해관계는 방향이 달랐던 것.

이 작품은 폴 오스터가 생의 마지막에 다가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써 내려간 만큼, 작가 자신의 모습과 사고가 어느 정도 반영된 느낌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당시 그의 가족에게 연이어 닥쳤던 불행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데서 오는 크나큰 슬픔을 가슴깊이 애도하는 마음이 작품 곳곳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굉장히 슬플 수도 있는 내용을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풀어내고 있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읽힌다.
잊고 있었던 그의 모든 작품들이 다시금 소중하게 떠오른다.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