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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동반자
  • 왜 베토벤인가
  • 노먼 레브레히트
  • 22,500원 (10%1,250)
  • 2025-03-28
  • : 3,110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베토벤을 책으로 만나보는 건 아마도 이번이 첨인 듯 싶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베토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베토벤을 만나볼까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2027년 베토벤 서거 200주년을 앞두고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클래식 음악 평론가가 출간한 이번 책 < 왜 베토벤인가 > 는 두께는 550여쪽으로 묵직해서 첨엔 좀 쫄았지만, 몇 페이지 읽다보니 일반적인 평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의 삶을 시대순으로 나열하지도 않았고, 그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식의 서술도 등장하지 않는다.

100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베토벤의 인간관계, 성격, 생활습관 등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작품과 연관된 다양한 일화도 소개하는데,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기껏해봐야 2-5장 정도여서 짧은 호흡으로 읽히고 원하는 장을 골라 읽어도 좋다. 어려운 음악 용어나 설명도 최대한 자제한 듯 보여서 읽는데 큰 부담이 없어서 좋다.


베토벤은 31살에 청력을 잃은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데,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원인에 대해서는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였지만 정확한 원인은 결코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베토벤의 음악인으로써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천재성은 그의 불행에서 기인했다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그는 천부적인 가곡 작곡가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그의 서정성은 슈베르트는 고사하고 모차르트에도 미치지 못했고, 규모가 큰 작품에 매달리지 않을 때 가곡을 작곡했지만, 경험이 쌓여도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뭔가 베토벤의 음악은 섬세함보다는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유인 듯 하다.

또한, 모차르트가 주로 하프,글라스 하모니카, 바순을 위한 곡을 썼다면 베토벤은 대체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에 집중했다고 한다.







수많은 영화와, 광고, 공공장소 음악으로 유명하고, 피아노를 배워본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친숙한, < 엘리제를 위하여 > 는 유명한 곡인만큼 제목의 엘리제가 누구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국 현재까지 엘리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어! 예전에 어떤 책에서 엘리제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았고, 베토벤의 악필로 인해 잘못 발음된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 판명된 것은 아닌가보다.


특히 중국에서 베토벤에 대한 열광과 열의가 압도적인데, 자주 거론되는 기악곡으로는 이 < 엘리제를 위하여 >, 중국인들이 8세기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에 나오는 달빛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 월광 > 소나타, 많은 중국인들이 아는 고별이라는 제목의 소나타 26번이라고 한다.

베토벤 연주와 관련되서 소개된 중국의 천재적인 음악가인 랑랑과 그의 라이벌이었던 윤디 리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곡을 지휘한 많은 지휘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아는 인물이고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바로 베를린 필의 지휘자 카라얀이다. 어릴 때 카라얀의 멋스런 지휘장면의 액자를 아직도 기억하고 어릴 때 알았던 영웅은 커서 보니 나치당의 일원이었다는 사실로 크게 실망했던 기억도 난다.


저자도 카라얀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카라얀은 지휘자를 영웅화하는 일에 착수하였는데, 모든 것을 통달한 지휘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음악회를 여러 각도로 촬영한 후 지하창고에서 편집했다고 한다.






자신을 후원했던 공작에게 썼던 베토벤의 편지를 통해, 그 당시 하이든,괴테,모차르트와는 달리 부와 권력 앞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던 베토벤의 강인한 예술인으로써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래, 왠지 베토벤은 정말 이랬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굽신거리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행동은 베토벤과 어울리지 않는다.


베토벤은 굉장히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했다고 하는데, 비우지 않은 요강, 먹다 남은 접시들과 벗어놓은 옷들은 당연하고, 곳곳에 금이 가서 천장에서는 물이 새곤 했고, 복장 또한 부랑자같은 옷차림과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녔다고 한다. 살아 생전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고, 평생을 독일의 본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만 생활했을 정도로 생활 반경도 정말 좁았다고 한다. 청각장애로 인해 자신의 삶을 오로지 음악에만 전념한 탓일까..






이런..나는 이 책을 통해 베토벤의 스승이 하이든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정도로 정말 베토벤에 무지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덕분에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새롭기만 하고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혔다.


이 책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 ' 베토벤 작품 찾아보기 ' 덕분에 베토벤의 모든 곡을 협주곡, 실내악곡, 독주곡, 성악곡 등으로 구분해서 들여다볼 수 있었고(그렇다고는 해도 곡목만 보고서는 태반이 익숙치 않지만..), 해당곡을 설명한 장도 친절하게 표기가 되어 있어서 문득 문득 궁금할 때 찾아보면 정말 좋겠다.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베토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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