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2023년 콩쿠르 수상작 < 그녀를 지키다 > 는 632페이지의 두께에 버금가는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왜소증으로 태어난 천재 조각가인 '미모' 와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인 비올라의 이야기, 사랑을 초월해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긴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모(본명은 미켈란젤로 티발리아니) 는 열살 때 조각가인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에 의해 열두 살에 홀로 이탈리아의 한 조각가한테 맡겨지게 되는데, 선천적인 신체 장애로 인해 갖은 구박과 멸시, 고생을 하게 된다.
새로 이주한 고장에서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와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시작되는데, 비올라는 굉장한 기억력의 소유자로 어린 나이 때부터 뛰어난 지적 능력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차별과 핍박을 극복하고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 될 정도로, 몇 년동안의 작업 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성공한 미모와는 달리, 비올라는 천재적인 능력의 소유자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제약되었던 시대적 한계에 끝없이 투쟁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불행한 삶을 이어간다.
비올라의 두 오빠들의 상반되는 캐릭터 묘사도 흥미롭고, 어릴 때 비올라가 빌려준 책으로 인해 도둑으로 몰려 사람들 앞에서 매까지 맞는 굴욕을 당했던 미모가, 성공한 이후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에 더해 그들 가문의 일원으로 행동하는 장면들을 마주할 때는 약간의 통쾌함마저 전해진다.
1986년 사쿠라 수도원 안에서 여든 두살의 미모는,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생에 대해 회상하면서 이 장대한 이야기의 서문이 열리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미모와 비올라의 인생에 대해 가장 크게 촛점을 두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한번 더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이런 묵직한 분위기의 소설 참 오랜만에 만나보는데, 이탈리아 곳곳에 대한 묘사도 섬세하고 캐릭터들도 살아 숨쉬는 듯한,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