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섬뜩함이 묻어나는게, 표지를 집으면 왠지 곰의 거친 털이 만져질 것만 같은 입체북의 느낌마저 난다.
이 책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를 탐험하던 중, 동행하던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걷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프랑스의 한 인류학자의 회고록이다.
광대뼈와 턱의 반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찟기고 한 쪽 다리마저 물린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찰나에, 저자는 가지고 있던 얼음도끼로 간신히 곰을 쫓아낼 수 있었다.

영화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고 끔찍해서 이 영화 이후 곰이 너무도 무서운 동물로 각인되어졌다.
그래서 저자가 공격당하는 짧은 문장을 읽으며, 그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저자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또한 그녀가 겪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후의 저자의 행보는 더 놀라울 따름이다. 트라우마도 엄청날 테고, 산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텐데, 저자는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의 사건은 한 마리의 곰과 한 여성이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확신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정한 세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나같이 평범한 한 인간이,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심오한 내면의 가치관과 인류학자로써 바라보는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