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를 정말 좋아해서 자주 읽다보니 나름 작품이며 화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아는 폭도 넓어지면서 스스로 뿌듯해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해냄출판사에서 나온 < 살롱 드 경성 > 을 읽으면서는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화가들의 이야기는 다 생소하기만 하니, 그동안 내가 즐겨찾고 애정해 왔던 건 거의가 서양미술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미술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책처럼 굉장히 몰입감이 강하다. 아마도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보다는 천재 화가들의 우정과 삶에 대한 스토리를 위주로, 사진과 삽화도 많이 들어 있는 덕분인 것 같다. 그러나 암울했던 한국 근대사를 장식한 우리나라의 천재 화가들의 이야기라 몰입감과는 상관없이 읽는 내내 먹먹함과 비애가 느껴진다. 대부분이 불행했던 그들의 예술가로서의 삶, 현재 남아있는 작품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이 천재들의 얼이 현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다.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 을 쓴 박태원은 미술에도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를 너무도 좋아해서 어린 딸을 데리고 항상 영화관에 다녔다고 한다. 그 후 가족만 남겨둔 채 월북을 했는데, 이 딸의 아들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라는 사실 !! 또한, 시인 이상의 절친이었던 천재화가 구본웅의 외손녀는 발레리나 강수진이라고 한다. 당대 최고 인기삽화가였던 정현웅도 6.25 전쟁 때 가족을 남겨둔 채 월북을 했는데, 차남은 한미약품의 공동 창립 멤버이고 손자는 르노 프랑스 본사의 전문 카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2021년부터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칼럼을 수정,보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좋은 내용의 칼럼을 이제라도 알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30인의 화가들과 문인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애잔하고 한맺힌 이야기들을 꼭 만나보길 권한다. 굳이 미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역사에서 잊혀진, 혹은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했던 천재 화가,문인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